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산만한 정신’은 골프 라운드에서 가장 큰 적 중의 하나다. 골퍼는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최고의 선수도 못하는 게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평소 10~20분 한가지 주제만을 생각하며 정신을 집중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골프를 ‘멘털 스포츠(mental sports)’라고도 한다. 이때의 가장 큰 적은 산만한 정신이다. 그야말로 제아무리 날고 긴다는 프로골퍼라도 정신이 산만하면 어떠한 성적도 낼 수가 없다. ‘골프지존’이라던 타이거 우즈는 2010년 섹스 스캔들로 그해 시즌 총상금이 129만 달러, 이 부문 112위로 추락했다. 이듬해 시즌엔 66만 달러로 132위에 머물렀다.

바로 전해인 2009년 시즌에도 1005만여 달러로 1위. 매년 1000만 달러 안팎은 가볍게 달성했던 우즈는 골프장까지 갖춰져 있는 자기 집에서 아무리 훈련을 해도 도무지 스윙이 되지 않았다. 대회에 나가면 수많은 갤러리 가운데 한두명 정도가 야유를 해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프로가 되기 이전부터 스윙 순간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산만해질 우려가 있는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해왔던 우즈였지만, 내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산만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다. 매년 대여섯번은 우승해왔지만,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2년 동안 단 한번도 우승권에 든 적이 없었다.

▲ 골프는 ‘멘털 스포츠’다 라운드에 나갈 때 정신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세계 골프 지존이라는 사람이 이 정도인데 사업이 부진하거나, 직장에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전날 과음 등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다양한 요인을 안고 있는 주말 골퍼들이 필드에 나가서 베스트 컨디션을 낸 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직장을 때려치우고 입산수도로 정신을 집중시키는 수양을 할 처지도 안 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골프는 산만하지 않으면 프로골퍼 못지않은 스코어를 낼 수가 있다. 타이거 우즈가 파를 기록한 홀에서 팔순 노인이 버디를 기록할 수 있는 게 골프다. 어찌 하면 산만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답 가운데 하나는 평소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처럼 미식축구(NFL) 대명사였던 댈러스 카우보이는 주요 경기를 앞두고 선수 전원이 소금물이 담긴 탱크에 들어가 1시간 동안 오로지 경기만 생각하는 정신집중훈련을 한 게 화제가 됐었다. ‘감각 격리 탱크’라 명명한 이 요법은 탱크에서 나오는 순간 머리가 맑아지면서 축구이외의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한때 많은 미국 스포츠팀과 선수들에게 유행하기도 했다.

필자의 지인 가운데 한 명은 좌욕坐浴을 수십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20여분의 좌욕시간동안 신문이나 책을 보지 않고, 오로지 한가지 생각만 한다. 이를테면 오늘의 업무라든가, 주말이면 골프 라운드를 앞둔 전략 구상 등 한가지 생각에 집중하다가 이마에 땀이 흐르면 좌욕을 끝내는데 이 시간이 어김없이 23분 안팎이란다. 그는 사업에 성공했고, 골프도 싱글 핸디캐퍼다.

위 두가지 예의 공통점은 실행에 앞서 이미 정신적으로 무장이 돼 있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 구상을 끝낸 상태에서 상황을 맞이하는 것과, 예를 들어 필드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서야 “정신통일! 정신통일!”을 마음속으로 외치는 것과는 결과가 뻔하다.

프랑스 작가(디므네) 사상집이지만, 정신집중에 도움이 된다하여 국내에서 한때 수험생에서 권장됐던 「정신집중」에서는 “현대인은 사색의 시간을 갖지도 않는 채 정신집중을 원한다”고 지적하면서 “억지로라도 자기만의 시간을 내서 사색을 함으로써 정신집중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The Scoop ‘생각하는 골프’ 애독가들께서는 정신적인 스포츠 함정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 20분, 아니 단 10분이라도 단 한가지 주제만을 생각하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습관을 기르길 바란다. 한가지 정보 더. 세계 골프계에서 ‘골프 멘털 전문가’로 불리는 톰 페라리 골프 전문 심리학자는 “골퍼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최고의 선수도 못하는 게 집중하는 것이다”고 말하곤 한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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