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나요? ” 'Where are the customers' yachts? 책 제목이 재미있는데 의미를 알고 나면 더 흥미롭다.어느 날 다른 도시에서 온 한 방문객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뉴욕 금융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이 맨해튼 남쪽 배터리 공원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 중 한 명이 정박 중인 멋진 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세요, 저 배들이 바로 은행가와 주식중개인들의 요트랍니다.”

그러자 순진한 방문객이 되물었다. “그러면 고객들의 요트는 어디에 있나요?” 저자는 월트스리트 주식 트레이더로 일했다. 그러다 1929년 대공황이 오자 거액을 잃고 월스트리트를 떠났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의 본질적인 문제를 간결하면서도 위트있게 꼬집는다.

이 책은 미국에서 1940년대에 출간됐다. 70년도 더 된 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금융기관의 탐욕과 부도덕성을 지적할 때 어김없이 인용되고 있다. 프랑스 속담에 이런 말도 있다. '변하면 변할수록 그 모습은 더욱 같아진다.'

저자는 1920~1930년대의 월스트리트를 기술한다. 당시 월스트리트 현실에 반영된 저자의 통찰력과 조언은 한국 주식시장에 대입해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월스트리트를 ‘탐욕’의 존재로 규정하고 이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그는 주식거래소를 아래와 같이 묘사하기도 한다. “하루 일을 마칠 때면 펀드매니저들이 모은 돈을 허공에다가 던져버리는데 그 중 천장에 붙은 돈만 고객의 돈이다.”

실상 고객에게 돌아가는 돈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구제불능의 로멘티스트, 유치한 아이들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저자는 ‘투자’와 ‘투기’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그는 “주식 가격에만 신경 쓰고 해당 기업의 가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은 투자가가 아니다”며 “투기는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기 위한 노력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은 행위지만 투자는 큰 돈이 적은 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행위”라고 규정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을 투자자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투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며 주식시장의 부조리와 부도덕함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원인이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말 하는 것처럼 건전한 투자를 하는 금융권의 탐욕과 부조리에 맞서 자신의 소중한 돈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증권가에 팽배한 ‘예언 행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애널리스트들이 하는 예언은 과학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특정 회사가 다음 회계연도에 들어서자마자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제외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월스트리트 차트 분석가들에 대해서는 “매우 신비로운 학자풍의 사람이긴 하지만 어째서인지 대부분 파산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비꼰다. 결국 자신의 요트는 고객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이 책은 ‘게임의 법칙’  ‘투자와 투기의 구별’ 등의 파트를 통해 주식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하는 한편 주식 공매도와 옵션 시장 등을 자세하게 다루며 투자의 기초를 쌓는 것을 돕는다.

☞ 북에디터 한마디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의 많은 것들이 저자가 이 책을 썼던 시대와 크게 달라졌지만 게임 양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저자는 1920년대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트레이더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시장 전반을 냉철하고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저자는 독자를 향해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명확히 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저자 특유의 유머를 엿볼 수 있다. 주식 초보부터 실전에 뛰어든 투자자들도 읽어볼 만하다.

김미선 기자 story @ thescoop.co.kr | @ 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