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경영과 골프는 상관관계가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골프와 경영은 여러모로 닮았다. 특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혹자는 골프와 경영을 할 땐 ‘거꾸로 경영학’을 접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변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다.

중요한 상황에 직면하면 사람 마음은 더 단단해진다. 무엇이든 잘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단단함은 초조함과 긴장감을 일으키고, 이는 뇌와 근육의 경직을 초래해 유연성 없는 사고와 행동의 오류를 자초하게 만든다. 결국은 초심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어진다. 일본에서 중요한 거래처 관계자들과 골프를 칠 때다.

캐디는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일본여성들이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빨랫줄 같은 호쾌한 드라이브와 ‘굿샷’이라는 주변 사람의 환호를 연상하며 잔뜩 폼을 잡고 타석에 들어섰다. 마음속으로 어깨와 팔에 힘을 빼고, 고개를 돌리지 않으며, 손아귀를 새 잡은 듯 느슨하게 잡고, 두 다리와 항문에 힘을 빡 주며, 들어 올릴 때 뒤로 제끼지 말고 등 수많은 골프 포인트를 되내였다. 그리고 몇번 스윙을 해보고는 엄청난 장타를 기대하면서 힘껏 휘둘렀다.

그런데 이게 웬걸. 공이 빗맞아 앞 10m 전방에 데굴데굴 굴렀다. 호쾌한 장타와 굿샷이라는 주위의 찬사를 기대했건만 속칭 ‘쪼루’를 해버린 것이다. 기분이 상한 필자는 나도 모르게 “에이! ○○”이라고 소리를 쳐버렸다. 이를 들은 일본인 캐디가 물어 왔다. “난노 이미 데스카?(무슨 뜻입니까)” “응? 그거 굿샷이라는 뜻이야. 알겠어? ○○ 굿샷데스네.”

▲ [더스쿠프 그래픽]
필자는 역정이 나 그렇게 말해 버렸다. 일본인 캐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우데스카. ○○ 굿샷데스네.” 그다음 타석에서는 호쾌한 드라이브를 연출했다. 그 순간 일본인 캐디의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 쳤다. “○○”
모두가 웃었다. 캐디는 왜 웃는지 몰라 의아했다. 필자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다음 타석에선 욕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적당히 휘둘렀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 더 잘 맞았다. 또 신이 나서 외치는 캐디의 “○○”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 쳤다. 멀리 날려보내는 드라이브는 얼핏 보면 굉장히 어렵고 진지하게 쳐야 할 것 같은데, 거꾸로 가볍게 툭 치면 더 잘 맞는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퍼트 차례다. 퍼트는 드라이브와는 다르게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고 툭 치면 들어 갈 것 같다. 그래서 드라이브의 경험을 살려 진지하고 신중한 자세를 버리고 적당히 툭 쳤다. 그러나 그렇게 치니까 들어가지 않았다. 퍼트는 경사와 바람, 거리 잔디의 결을 살피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 진지하게 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진지하고 무거운 드라이브는 단순하고 가볍게, 단순하고 가볍게 보이는 퍼트는 진지하고 무겁게 쳐야 한다는 얘기다.

경영은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고 엇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무리한 의사결정이 강행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부닥치는 여러 경영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대가 큰 일을 할 땐 단순하고 가볍게, 단순하고 가벼운 일을 할 땐 거꾸로 진지하고 세심하게….
김우일 글로벌대우자원개발 회장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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