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로지텍 크려면…

▲ 삼성전자로지텍의 삼성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94%에 이른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삼성전자로지텍은 1998년 물류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로부터 분사했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모기업)의 ‘운송업체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때만 되면 삼성전자에 흡수ㆍ합병될 수 있다는 얘기가 떠도는 이유다.

삼성그룹의 물류계열사 삼성전자로지텍은 2012년 1조18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포워더(Forwarder) 업계 1ㆍ2위를 다투는 규모다. 포워더란 화물을 인수해 수하인에게 인도할 때까지 일체의 업무를 주선하는 운송주선인을 말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로지텍은 다른 포워더 업체에 비해 내부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삼성전자로지텍의 삼성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94%에 이른다. 사실 삼성전자로지텍은 삼성전자 내부조직의 물류사업부였다. 하지만 1998년 4월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그렇다고 사업의 내용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로지텍을 삼성전자와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하나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로지텍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제품을 위탁받는다. 이를 종합물류센터(CDC), 판매점, 실소비자에게 배달하거나 설치ㆍ반품ㆍ회수ㆍ보관ㆍ하역 등 물류관리업무를 수행한다. 삼성전자로지텍의 2012년 내부거래 내역을 보면, 삼성전자로부터 888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삼성디스플레이 1340억원, 삼성전자서비스 18억원, 삼성전자판매(옛 리빙프라자) 245억원, 기타 삼성그룹 내 관련 회사로부터 619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로지텍의 사업을 얘기할 때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삼성전자로지텍이 삼성전자에 흡수ㆍ합병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친정’인 삼성전자 내부로 다시 들어간다는 것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로지텍의 지분 100%를 보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에 언제든 이 회사를 흡수ㆍ합병할 수 있다. 삼성전자로지텍이 삼성전자 물류사업부로 복귀한다면 일단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체사업을 일감몰아주기로 규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물류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로지텍과 삼성전자는 분리된 회사지만 사실상 하나의 회사나 마찬가지”라며 “삼성전자로지텍 사업의 핵심인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규제 또는 조정하려고 한다면 언제든 삼성전자로 흡수ㆍ합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회사의 성장을 가로막는 ‘모기업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로지텍은 삼성그룹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에 맞춰진 성장전략을 추진했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단순 운송업체 역할’에 머물러야 했다. 삼성전자에 흡수된다면 이런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삼성전자는 연매출 200조원 이상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전자로지텍이 삼성전자 하나만 잘 맡아도 웬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 수십개의 물류를 맡는다고 가정해보자. 이익은 수십배에 달할 것이다. 물류회사가 모기업의 운송업체 역할에만 머무르는 것은 과거 성장 초기의 얘기다. 이제는 ‘모기업의 덫’에서 벗어나 한단계 도약할 시기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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