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의 선택 | 이건호 KB국민은행장

▲ KB국민은행의 쇄신책이 현재의 어려움을 돌파할 비책이 될 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리딩뱅크’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잇달아 터진 대형 부실ㆍ비리사건 때문이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근본적인 쇄신을 추진하겠다며 고개를 숙였고,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금융전문가들은 일단 ‘쇄신의 판’은 열렸다고 말한다. 그 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이건호 은행장의 몫이다.

국내 1등 은행 ‘KB국민은행’의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대형 부실ㆍ비리 사건이 고구마 줄기 따라오둣 줄줄이 터졌기 때문이다. 가장 잘 나가던 KB국민은행에 ‘비리백화점’이라는 굴욕적인 수식어가 붙었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국민은행의 문제는 외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서다. 내부비리ㆍ부실문제가 곪아 터졌다는 얘기다.

일본 도쿄東京지점의 부당대출 사건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재검사에 나섰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2008년부터 5년 동안 1700억원대의 부당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 기업의 대출금액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까지 도용해 부당대출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금액은 국내로 유입돼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하는데 사용됐다. 당연히 비자금을 로비에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지난해 12월 16일 금감원과 일본 금융청이 공동검사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도쿄지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조사가 중단됐지만 금감원과 일본 금융청은 관련 검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이 2대 주주로 있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부실투자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BCC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BCC의 부실이 심각해 영업정지 조취를 취할 수 있다’는 검사결과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게다가 국민은행은 ‘현지 법인의 잦은 인사교체를 자제하고 해외지점 인력의 임기를 보장하라’는 중국 금융당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법인장ㆍ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내부 보고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방증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KB국민은행이 신뢰를 잃은 결정적 이유는 국민주택채권 위조 사건이었다. 본점 주택기금 직원이 만기가 다가오는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90여억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부당 이자 환급사건도 ‘리딩뱅크’를 흔들었다. 이는 국민은행이 2010년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보증부대출을 해주고 받은 부당 이자 환급액을 허위 보고한 사건이다.

비리ㆍ부실문제가 잇따라 터지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11월 27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에서 머리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대대적인 쇄신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첫번째 쇄신책은 조직개편 단행이다. 기존의 18본부 57부 2실에서 19본부 58부 2실로 조직을 개편했다.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해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강화하고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외부전문가 4명과 내부 경영진 5명으로 구성된 ‘KB금융그룹조직문화 쇄신위원회’도 구성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KB금융그룹의 현재 상황을 근본적으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며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근본적 문제점을 진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추된 KB국민은행의 이미지를 쇄신할 만한 ‘판’은 마련됐다. 이 판을 소나기를 피할 요량으로 만들었다면 KB국민은행은 ‘리딩뱅크’라는 위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판을 반대로 비리ㆍ부실문제를 막을 수 있는 ‘단단한 둑방’으로 삼는다면 KB국민은행은 다시 날개를 펼 게 분명하다. 그 누구보다 이건호 행장의 의지에 달렸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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