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의 선택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 정권교체를 끝낸 북한은 좀 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사진=뉴시스]
지난해 북한이 보여온 강경성은 정권 교체기에 나오는 특수한 상황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올해는 북한이 좀 더 유화적으로 나올 수 있다. 다만 우리 정부의 태도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일 수 있다. 진정성을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4년 벽두, 남북의 지도자는 약속이나 한 듯 신년 메시지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면 전환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했고, 1월 15일에는 키 리졸브ㆍ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핵 전면 대결전의 선전포고”라면서 “남조선 집권자가 한 말이 가짜이며 속으로는 딴 꿈을 꾸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2013년 한해 높은 파고 속에서 출렁이던 남북관계가 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핵무기를 통해 국익을 대변하려는 북한의 욕구는 ‘정권 교체기’에 많이 나타났다. 교체기에는 체제 결속과 안정성 과시의 욕구가 상승한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핵실험,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은 대내외적으로 체제 장악력과 안정성을 과시하는 좋은 수단이다. 불안정한 정권이 택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행위다. 때문에 지난해 북한의 강경태도는 지도자의 성향보다는 새로운 정권이 행할 수 있는 제한된 상황의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14년에도 이를 지속하기엔 주변국의 피로도가 매우 높다. 장성택 숙청으로 조성된 공포와 누적된 주민들의 불만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한층 온건해진 대외ㆍ대남 발언은 대외 경색 국면의 장기화가 자신에게 이롭지만은 않다는 속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올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북한의 선택만으로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년 3~4월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은 첫번째 걸림돌이다. 또 6월 한국의 지방선거는 보수층 지지에 의존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유화국면에 나서는 것을 머뭇거리게 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의 태도에 따라 북한은 상당히 유동적일 수 있다는 거다. 부정적 시나리오는 북한이 우리가 설정해 놓은 ‘진정성’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다.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관광 재개는 한국 정부가 원하는 ‘진정성’의 벽을 넘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북한이 먼저 진정성을 선뜻 보여줄 가능성은 낮다.

▲ [더스쿠프 그래픽]
사실 우리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와는 달리 이산가족 상봉은 여타 사안과 흥정이 불가능한 인도주의적 사안으로 못 박고 있다. 반면 북한은 역사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인’ 카드로 써왔다. 북한의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정성’의 벽만 쌓는다면 남북관계 경색 국면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긍정적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 대박론’은 남북경협을 한국의 경제적 불황을 타개할 경제적 ‘특수’로 인식시켜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진정성 여부에 의구심을 갖는 진보 진영도 ‘통일 대박론’을 잠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물론 진정성이 의심되는 흡수통일론에 북한이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은 5ㆍ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좀 더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서 충분히 유화국면을 용인하고 대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한 모두 관계 개선을 서로의 정치적 필요로만 생각하고 상대의 ‘진정성’을 문제 삼아 방치해 둘 수는 없다. 더구나 진정성은 아무런 계산 없이 나오는 행동이 아니다. 서로의 계산을 상호 합리적으로 절충할 수 있는 솔직함에서 나온다. 우선 진정성을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다양한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 대박론’이 국면 전환의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kleiber@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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