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준의 재테크 바이블

생명보험사에서 보장하지 않는 질병은 뇌졸중이다. 뇌졸중 환자가 늘어나면서 생보사가 이를 보장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해보험사 의료실비보험은 뇌졸중을 보장한다. 스마트한 보장성 보험 가입방법은 별 다른 게 아니다. 보험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

▲ 뇌졸중(뇌출혈·뇌경색) 진단비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생보사보다 화재보험사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사진=뉴시스]
보장성 보험은 많은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하는 금융상품 중 하나다. 보험료가 아깝지만 막상 해지하려고 하면 ‘혹시나’하는 마음 때문에 유지하기 일쑤다. 그래서일까. 고객과 상담을 하다 보면 보험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접할 수 있다. ‘보험이 최고’라는 사람과 ‘보험 없이도 충분하다’고 강조하는 사람이다.

보험의 필요성을 따지기 전에 한가지 짚어볼 것이 있다. 보험의 사전적 정의다. 보험은 재해나 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대비하는 제도다. 일정 금액을 미리 적립했다가 사고를 당했을 때 적립 금액의 일부로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험을 질병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한 가정의 40대 가장이 암으로 쓰러졌다. 병원을 다니며 치료에 열중했다. 하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불안에 휩싸인다. 가정에서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했던 가장이 질병으로 소득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가장이 오래 전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암 진단금 5000만원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장의 소득은 일시적으로 중단됐지만, 치료비 명목으로 목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적금이나 펀드와 달리 보장성 보험을 아깝게 여기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보험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게 금융상품이 아니다. 그래서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일반인들은 보험설계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두가지 보장성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국민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이다. 여기에 가입하면 비용만 보상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안정감까지 누릴 수 있다.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보장성 보험을 효율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보험은 생명보험과 손해(화재)보험으로 나뉜다. 기준은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데, 생명보험사는 사람에 대해서만 보상하는 인人보험이다. 정액보상(가입 시 정해진 금액 보상)을 원칙으로 한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사람과 물건을 모두 보상한다. 그런데 손보사는 생보사와 달리 일정 가입금액을 한도로 하고, 한도 내에서 물보험을 모두 취급한다. 실질적인 손해비용만을 보상하는 비례보상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화재보험사에서 취급하는 인보험이나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의료실비보험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장성 보험을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가입하고자 한다면 생보사의 진단비와 화재사 의료실비에서 적절하게 가입할 것을 권한다.

비용 보상받고 심리적 안정까지

생보사의 특징은 질병사고 시 가입시점을 기준으로 정산한 보험료를 한번에 지급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 진단금은 5000만원, 수술비는 500만원, 입원비 5만원이다. 여기에 각종 진단비, 수술, 입원 특약 등이 들어간다. 생보사는 목돈을 한번에 받기 때문에 고가의 치료뿐만 아니라 소득상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보험료가 다소 비싼 편이고, 병원 진단서상의 질병코드와 약관에 명시된 질병코드가 일치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가입시점의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향후 통화가치가 하락할 때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단점이다. 소비자들은 이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30세 남성이 암 진단금 3000만원을 지급하는 암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현 시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암 발병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50~60대가 되면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절반에 불과한 가치를 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폐가치 하락을 일정 부분 막아주는 의료실시보험과 함께 진단금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화재사의 의료실비보험은 일정 가입금액을 한도로 실제 병원에서 지출한 치료비를 보상한다. 기준은 진료비영수증에 기재된 금액이다. 일정 비용을 공제한 후 보험금을 지급한다. 단, 의료실비 내에 특약 형태로 진단금 등이 들어간 경우 한번에 지급한다. 실비보험의 장점은 정신질환, 출산질환, 성형목적치료를 제외한 질병이나 사고는 가입한도 내에서 대부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의료실비보험을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부른다.

▲ [더스쿠프 그래픽]
의료실비의 단점은 매년(2013년 기준) 보험료가 갱신되고, 상승하는 것이다. 보통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 계산 방식은 정액형(비갱신)과 갱신형 두가지다. 의료실비의 경우 국내 보험사 모두 갱신형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지나치게 보험료를 인상하는데 골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보험상품과 달리 의료실비를 지급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보험사가 부담하는 금액이 적지 않다.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가입자가 이익을 얻는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비보험의 특성은 실제로 병원에 지불한 치료비를 보상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2013년 비용이 100만원 소요되는 수술이 있다고 한다면, 20~30년 후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실비보험은 입원수술치료비 자기부담금 10%와 일정비용 공제 후 90%를 보장하기 때문에 2030년 수술비용이 600만원으로 인상되더라도 54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실비의 경우 미래 의료비 등 물가상승 등을 예측할 수 없어 미래 지급될 보험금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비보험의 갱신주기가 5년에서 3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 이유다.

소비자는 보험상품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호보완성을 생각하면서 가입해야 한다. 이를테면 생보사는 사망보장, 암 진단금, 수술비 등 위주로 가입하고, 화재사는 실비보험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다만 진단비 특약 중 뇌졸중(뇌출혈ㆍ뇌경색) 진단비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생보사보다 화재사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2005년 후 뇌졸중 환자가 급증하자 생보사가 이를 제외하고 뇌출혈만 보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여기서 질문이 생길 것이다. 의료실비로 대부분 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는데 굳이 암, 뇌질환, 심장질환의 진단비가 필요한가다. 암, 뇌졸중, 심근경색 등 중증질환은 기본적으로 입원이나 수술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치료가 이어진다. 그래서 비용이 많이 든다. 더욱이 치료기간이 길다. 환자가 가장일 경우 치료로 인한 수입이 끊기면서 생기는 생활비를 무시할 수 없다. 각종 진단비 명목의 보장성 보험은 직접적인 치료 목적보다 이런 간접적 치료비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다.

보장성 건강보험을 가입할 때는 실손특약, 중증질환 진단비, 수술비 등을 적절히 혼합해 보장금액과 보험료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30세 남성 기준으로 의료실비(4만원), 암진단금(3000만원), 2대 질병 진단금(2000만원)이 나오는 비갱신형 암보험(2대 질병 특약부가)을 가입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가입자의 나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직장인 월 소득의 8~10% 이내에서 보험료를 지출할 수 있다. 이는 보장성 보험의 적정 보험료 수준에 해당한다.

스마트한 보험소비자 되는 법

스마트한 보험소비자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보장성 보험증권의 특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불필요한 특약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보험료 대비 보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해서 보험금을 수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 납입한 보험료가 아깝기는 하지만 보험금 타는 일이 없는 것이야말로 축복이지 않은가.
기성준 KDB생명 팀장 snapdrag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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