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법률테크

사람은 행위 속에서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등교하는 아이들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악수를 하는 등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행위를 한다. 이런 행위들은 각각의 고유한 의미가 있다.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고 우정을 드러내기도 하며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듯 다양한 행위로 자신을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삶이란 각각의 행위가 맞추어 엮어낸 퍼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 사회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 안에서 법률행위를 해야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런 많은 행위 중에서 일부는 법률적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떤 행위는 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법률행위라고 하는데, 정의하자면 한개 또는 여러개의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목적은 법적효과 발생이다. 여기서 의사표시란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마을버스에 올라탔다고 가정하자. 버스를 탄 후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가까이 하면 결제됐다는 소리가 들린다.

운전기사는 그 소리를 듣고 운행을 계속해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이 경우 승객은 버스요금을 내고 버스를 타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고, 버스운전기사는 버스요금을 받고 운행을 해 승객을 목적지까지 도달토록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두개의 의사표시가 서로 일치해 하나의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법률행위의 대표적 예다. 택시를 타는 행위,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행위 등 모두가 법률행위라는 얘기다.

법률행위의 특징은 그 행위의 결과로 일정한 법률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법적 보호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승객이 버스요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버스기사는 버스요금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법률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고, 법적으로도 특정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 [더스쿠프 그래픽]

그렇다고 모든 법률행위가 그 효력을 인정받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누군가에게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에 대해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의 지급을 약속했다면, 이는 유효할까. 정의관에 위반하는 행위로서의 이 약속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무효가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약정에 따라서 약속을 이행하라고 상대방에게 요구할 수 없고, 법원의 힘을 빌릴 수도 없다.

그 밖에도 ‘어떤 경우에도 이혼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경우’ ‘도박에 패한 빚을 토대로 하여 그 노름빚을 변제하기로 한 계약’ 등도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는 게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모든 시민은 사회구성원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 있다. 그 기준범위 안에서 법률행위를 해야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합의가 바로 사회질서다.

나무울타리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양들처럼 법률행위는 사회질서라는 울타리에서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행위를 할 땐 사회질서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법을 지키는 건 어쩌면 쉽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