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올림픽 경제적 파급효과

▲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이 마무리 된 이후 투자 위축 가속화와 유휴설비 문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사진=뉴시스]
2월 7일 러시아에선 글로벌 스포츠쇼가 열린다.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경기둔화 현상을 겪고 있는 러시아로선 절호의 기회다. 쇼를 통해 ‘돈’을 끌어모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러시아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다. 왜 일까.

러시아의 2011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3%다. 러시아는 2012년에도 3.4%를 기록, 2010년 4.5% 성장에 비해 급격한 경기둔화를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3년 상반기 1.4%로 부진했고, 3분기 GDP도 1.2%를 기록하면서 경제성장률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가 다른 신흥국들의 경기회복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러시아 경제에 비非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고, 유럽에 높은 경제의존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자본 투자 부진에 따른 산업경쟁력 후퇴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생산은 GDP의 20% 이상, 수출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 시세 변동이 심한 에너지자원의 성격 때문에 러시아의 경제 상황은 글로벌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러시아 전체 수출 중 대부분이 유럽에 편중돼 있는 점도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러시아의 대對유럽 수출 비중은 과거 평균 55% 이상의 높은 비중을 보였다. 유럽지역에 수출하는 에너지자원이 러시아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안정적 성장 가능성 ↓

유럽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유럽 내 국가들은 그간 억눌렸던 소비(Pent-up demandㆍ잠재 수요)가 촉진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유럽지역에 내구재, 소비재 등의 수출 비중이 높은 동유럽 신흥국 경기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對 유럽 수출 품목은 유럽지역 내 재고 소진 이후 투입되는 에너지 원자재이기 때문에 동유럽 신흥국이 받은 유럽의 경기회복 영향은 아직 러시아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의 후유증이 시작됐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원자재 시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과 대기 수요를 동반한다. 때문에 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제조업생산 등 설비투자 압력이 심하지 않아 장기성장 모멘텀을 잃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러시아 고정투자와 산업생산의 하락세는 2012년 이후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ㆍ광업에 대한 기업신뢰지수를 살펴보더라도 제조업에 대한 신뢰지수는 지속적으로 광업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최근 고정투자 위축과 동반해 하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 러시아가 중장기적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선 ‘에너지자원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사진=뉴시스]
세계은행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의 원유 생산능력은 최대치에 근접하고 있다. 추가적인 설비투자의 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가 상승과 수출 증대가 나타나고, 적절한 대응이 불가피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러시아가 예전과 같은 고성장 동력을 갖는데 제한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경기 회복에 따른 에너지 수출로 인한 성장은 단기간 내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산업생산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감소폭이 둔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유럽의 잠재 수요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진행되면 기업들은 재고 확충을 위한 생산과정 증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12년 이후 러시아 경제성장 둔화가 심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러시아 정부의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2012년 8월 8.25%로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 상태에 있다.
 
식품류와 공공요금 등으로 상승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목표치인 5~6% 내로 관리된다면 러시아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 [더스쿠프 그래픽]
마지막으로 러시아 정부의 재정수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경제성장 둔화 완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관련 산업으로부터 얻는 정부 수입은 전체 수입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재정수입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안정적인 재정수입과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러시아 국가부채는 GDP 대비 20%에 못 미쳐 의도치 않은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경제가 단기간 내 성장률 둔화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을 위한 역동적인 모멘텀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에 우호적이지 않은 에너지 시장전망과 유럽지역에 편중된 수출 구조, 그리고 내수시장을 감당하기 힘든 산업구조가 그 원인이다. 때문에 과거와 같은 높은 경제성장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중기적 관점에서 3% 내외의 성장률 안착이 예상된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제 스포츠대회의 개최는 일반적으로 인프라 투자와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난다. 보통 국제 스포츠대회가 개최국 주식시장이나 경제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항상 그렇진 않다.

지난 20년간 열린 10번의 올림픽과 월드컵의 개최년도의 전후 2년간 주식시장을 살펴보자.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지역별 MSCI 신흥국 지수 등을 비교해보면 개최국의 수익률이 항상 벤치마크 수익률을 상회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눈앞에 다가온 소치 올림픽

인프라 설비 투자의 경우, 개최를 앞두고 몇년에 걸쳐 투자가 이어진다. 따라서 대회를 앞둔 러시아는 과거 인프라 투자 성과보다는 동계올림픽이 마무리된 후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브라질이 올여름 월드컵을 앞두고 있어 함께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브라질은 올해 월드컵과 2년 뒤인 2016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인프라 투자기간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월드컵 이후 최소 3년간은 더 지속될 것이란 사실에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도 현 소비 위주에서 투자 증대로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어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대회가 마무리된 이후 투자 위축 가속화와 유휴설비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경우 활발한 해외직접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부정책의 뒷받침도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투자고갈현상에 따라 경제성장률 둔화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작용한다. 더군다나 올림픽을 앞두고 발생하고 있는 테러위협은 국가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 이어 올림픽 개최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소치 올림픽을 개최하는 러시아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현 상황에서는 제한적이라고 생각된다.
황문수 대신증권 연구원 metalwork@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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