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 문화콘텐트는 사물이 아닌 사람을 지향할 때 성공적인 성과를 낸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역축제가 있다. 강원도 화천의 ‘얼음나라 산천어축제’와 전라도 함평의 ‘나비 축제’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축제의 핵심인 산천어와 나비가 축제를 개최하는 지역에는 없다는 것이다. 두 축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산천어와 나비가 아니다. 사람을 지향하는 문화콘텐트가 녹아 있어서다.

매년 1월이면 인구 2만5000명의 작은 도시 강원도 화천에서는 ‘얼음나라 산천어축제’가 열린다. 산천어축제는 축제가 열리는 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화천을 방문하고 1000억원의 직접매출을 올리는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1년 CNN이 뽑은 겨울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화천의 산천어축제를 소개한 이후 해외 관광객의 숫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산천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꽁꽁 얼어붙은 화천천 위에서 즐기는 산천어 잡이다. 얼음에 구멍을 뚫고 산천어를 낚아 올리는 겨울 산천어 잡이를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원래 화천천에는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제기간 사용할 산천어를 마련하기 위해 화천은 물론 전국 각지의 산천어 양식장에서는 1년 내내 산천어를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축제 중 가장 성공한 축제를 꼽으라고 하면 전라남도 함평의 나비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나비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곤충이며 교육적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또한 나비는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환경지표 곤충으로 나비가 사는 지역은 환경적으로 깨끗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천천에 산천어가 없듯이 함평에도 나비는 없다.

문화콘텐트의 힘은 문화가 사물이 아닌 사람을 지향할 때 빛이 난다. 사람을 통해 전파되는 문화콘텐트, 사람을 위한 문화콘텐트는 생명력이 있다. 산천어축제의 핵심은 산천어가 아니라는 얘기다. 꽁꽁 언 화천천과 겨울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추억이다. 스키장이 아니면 갈 곳이 없던 겨울에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추억만들기’가 산천어 축제의 핵심이다. 그래서 축제에 사용되는 산천어가 자연산인지 양식산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비축제의 핵심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깨끗한 환경과 그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조’다.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창조경제의 바탕이다. 문화콘텐트가 창조경제시대에 중요한 이유는 우리시대에 ‘창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창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마음이다.

문화콘텐트는 사물이 아닌 사람을 지향한다. 문화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누군가는 공감하고, 공감한 것을 전파하고, 전파된 것을 받아들이고, 또 전파하고, 바뀌고, 이어지는 과정이다. 문화는 끝이 없는 이야기처럼 반복되고 재생산된다. 그래서 문화는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4’는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이는 아직 가시지 않은 여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추억, 그 시절의 사랑과 아픔, 20년전의 아련한 기억들, 세대를 뛰어넘는 순수함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트가 산업적 영향력을 넓히면서 문화콘텐트적 관점의 경영과 마케팅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학적 관점에서는 문화콘텐트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경영학에서 얘기하는 원가절감ㆍ원가우위ㆍ노동생산성 등의 개념은 문화콘텐트의 창작 상황에는 잘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쟁의 개념도 다르고 효용의 개념도 다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사람을 지향하는 마케팅과 상품을 지향하는 마케팅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욕망을 지향하는 마케팅과 사람을 지향하는 마케팅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류준호 서울과기대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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