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지분 늘린 녹십자 속내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29.36%로 늘렸다. 최대주주인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는 4.8%포인트에 불과하다. 녹십자는 지분을 늘린 이유를 ‘사업 시너지’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적대적 인수ㆍ합병(M&A)하려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2대주주인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 사진은 전남 화순 녹십자공장. [사진=뉴시스]
녹십자가 최근 일동제약 주식 보유량을 2배가량 늘렸다. 녹십자는 1월 16일 일동제약 지분 14.01%를 매입해 기존 15.35%에서 29.36%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보유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현재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등 일동제약 최대주주 측의 지분은 34.16%다. 녹십자와의 지분 격차는 4.8%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면 1조원대의 국내 최대 제약사가 탄생하게 된다. 녹십자는 2012년 매출 8118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일동제약은 36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말까지 두 회사의 매출 합계는 9324억원, 영업이익은 901억원에 달한다.

특히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부문에서 강세를 보인 녹십자가 일반의약품에서 경쟁력을 지닌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그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녹십자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현황을 보면 전문의약품인 혈액제제는 43%, 백신은 22.9%를 기록했지만 일반의약품(OTC)은 8%에 불과하다. 녹십자 관계자는 “적대적 M&A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일동제약은 아로나민골드 등 일반의약품과 영업력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녹십자)와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중복되는 부서가 많아 두 회사가 합쳐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제기된다.

▲ [더스쿠프 그래픽]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녹십자는 2012년 3월 현대라이프(옛 녹십자생명보험)가 보유하고 있던 일동제약 지분(8.28%)을 매입했다. 2012년 12월에는 지분을 추가 매입해 15.35%로 끌어올렸다. 이후 녹십자는 한동안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녹십자는 올 1월 17일 일동제약 지분을 약 2배로 대폭 늘렸다. 24일 일동제약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이 지주사로 전환한다면 그 과정에서 윤원영 회장 측은 지주사인 일동홀딩스의 지분을 60~70%대로 높여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지주사(투자 담당)와 사업 회사(기존 의약품사업) 분할을 통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전자의 목적이 더 강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녹십자가 지분을 늘리면서 일동제약의 경영권 강화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24일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계획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부결됐다.

녹십자의 일동제약 인수가 추후 ‘경영 구도’와 관계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현재 녹십자는 창업주인 고 허영섭 회장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고, 창업주의 아들인 허은철 부사장은 기획조정실장(영업ㆍ생산ㆍR&D 담당)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한 후 규모를 키워 둘 중 한 명은 녹십자, 한 명은 일동제약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10.62%)이고, 허은철 부사장은 2.36%를 보유하고 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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