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생각체조

명태의 이름이 다양한 건 우리 삶과 가까이에서 먹을거리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한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명태가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우리 바닷가 근처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무한변신의 황제 ‘명태’를 보지 못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황태는 밤에 얼었던 부위가 낮에 들어 서서히 녹는 고통스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탄생한다. [사진=뉴시스]
이름이 다양하기로 유명한 생선은 명태明太가 아닐까 한다. 방금 잡아 올린 명태는 생태生太, 잡아서 꽁꽁 얼리면 동태凍太, 따뜻한 바닷가에서 완전히 말리면 북어가 되고, 명태 새끼를 바싹 말리면 노가리가 된다.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경우에 ‘노가리 깐다’고 하는데, 이는 한꺼번에 많은 알을 낳는 명태를 빗댄 말이라고 한다. 명태를 반쯤 말리면 코다리가 된다. 명태의 코를 꿰어 말린다고 하여 코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산란하고 나서 잡힌 명태는 꺽태, 산란 전에 알을 밴 상태에서 잡힌 명태는 난태다.

다양한 이름에 숨은 이야기 눈과 바람을 맞으며 낮에 녹았다가 밤에 얼기를 4~5개월 반복하면 고소한 맛을 내며 해장국으로 자주 등장하는 황태가 된다. 밤에는 혹한의 눈보라를 맞으며 꽁꽁 얼다가 낮에는 그 얼었던 부위가 서서히 녹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반복하면서 황태가 탄생하는 것이다. 바닷가의 해풍에 말린 북어와는 다르게 황태는 대부분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백두대간 높은 고갯마루나 산골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황태가 탄생하는 최적의 장소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적당한 수분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때문에 바닷가에 가까운 곳보다 강원도의 진부령이나 대관령 일대 등 높은 고갯마루나 산골이 황태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천혜의 명당이 아니고서는 황태가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황태가 만들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황태로 변신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기 만큼 어렵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실패한 생태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황태를 만들 땐 바람이 너무 불면 육질이 흐물흐물해진 찐태가 되고, 너무 추우면 꽁꽁 얼어붙은 백태가 되며, 너무 따뜻해지면 검게 변한 먹태가 돼 황태만큼 제값을 받지 못한다. 얼지 않고 말라버리는 바람에 딱딱해진 황태는 깡태, 속살이 부드럽지 않고 딱딱한 황태는 골태, 내장을 빼지 않고 통마리로 만든 황태는 봉태, 잘못하여 땅에 떨어지면 낙태, 몸통에 흠집이 생기면 파태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비록 황태로 변신하지 못했을지라도 여전히 생태의 다른 모습으로 사람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먹거리가 된다. 생태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낚시로 잡은 생태는 조태,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가 되고 봄에 잡히는 것은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잡는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생태의 명칭은 참으로 다양하다. 잡는 시기에 따라 일태·이태·삼태·사태·오태·섣달바지·춘태, 크기에 따라선 대태·중태·소태·왜태·춘태·애기태로 불린다.

명태가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건 그만큼 우리 삶의 가까이에서 먹을거리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한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명태가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우리 바닷가 근처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무한변신의 황제 ‘명태’를 보지 못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해풍에 말린 북어가 유명한 전남 고성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명태의 주산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지구 온난화에 명태 실종 지식생태학자知識生態學者도 본래는 지식명태학자知識明太學者였다가 겨울이면 동태動態를 파악하기 위해 지식동태학자知識凍太學者로 변신하기도 하고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고 얼렸다가 녹였다를 반복하면서 지식황태학자知識黃太學者로 바뀌기도 한다. 지식생태학자는 생태生太의 삶의 터전인 생태계生態界를 위협하는 모든 역기능과 폐해와 맞서 싸우면서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다양한 생태학적 상상력과 대안을 모색하는데 주력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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