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위기론 왜 나오나

▲ 투자심리 악화의 영향으로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신흥시장의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가 증가해 투매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타격을 입었다. 신흥시장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추락이냐 회복이냐다.

신흥시장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1월 한달 사이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 122억 달러(약 13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1월 마지막주에만 63억 달러가 유출되며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신흥 시장 지수는 한달간 6.6%나 하락했다.

문제는 신흥시장의 약세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이후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수익률 차이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의 수익률 차이는 2011년 마이너스 12.8%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선진시장보다 2%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2013년 다시 마이너스(-29.1%)로 돌아섰고 올해 1월에도 마이너스 2.8%의 수익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011년 이후 선진시장 대비 38.7%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의 신흥시장 기피 심리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수준에 달하고 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의 주가비율(상대강도)에서 신흥시장의 상대적 주가 수준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의 상대강도를 감안했을 때 2014년 1분기는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사이 자산배분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신흥시장과 관련해 두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1998년과 같은 신흥시장 위기의 재발이다. 하지만 신흥국 위기가 다시 발생하더라도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전체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흥시장을 기피하려는 심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 경우 2011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선진시장 강세와 신흥시장 약세 패턴은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 [더스쿠프 그래픽]

두번째는 신흥시장 위기 진화다. 미국 연준(Fed)은 올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단행했다. 하지만 신흥국 불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신흥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불안을 키웠다. 이에 따라 2월말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의 영향으로 신흥국 위기가 진화된다면 신흥시장에서 가격정상화 과정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신흥국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심화되는 신흥시장 기피 심리

신흥국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1998년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의 주가비율을 살펴보면 1996~1997년까지 신흥시장은 선진시장보다 33.3%의 상대적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위기가 확산된 1998년에는 한해에만 47.4%의 상대적 약세를 기록했다.

▲ 신흥국 위기에도 한국은 비교적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증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흥미로운 건 여기서 두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신흥시장의 약세에도 선진시장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각각 11.7%, 14.2%, 22.8% 상승했다. 둘째는 신흥국 위기에도 한국은 비교적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신흥국 위기가 심화되더라도 펀더멘털이 양호한 국가는 차별화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앞서 언급한 신흥시장의 두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위기진화 시나리오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신흥시장의 밸류에이션 매력에 있다.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임에도 신흥시장이 선진시장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약세를 지속하는 이유는 수급 요인에 있다. 위기 재발 가능성이라는 심리적 압박이 수급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흥시장에 대한 우려가 절정을 지나가고 있고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의외로 신흥시장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힌트는 정책적 공조와 펀드 자금의 움직임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두가지 모두 아직 의미 있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흥시장의 상대 주가순이익비율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고 상대 주가순자산비율은 2004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신흥시장 이익에 대한 신뢰 약화를 생각할 때 주가이익비율보다 주가순자산비율의 신뢰도가 높다. 이에 따라 현재 신흥시장의 상대적 주가순자산비율을 볼 때 상대적 약세가 추가로 진행된다면 신흥시장의 자산 매력은 커질 가능성은 있다.

신흥시장 정상화 과정이 진행된다면 이머징 아시아(EM ASIA)의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전망이다. 지역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률(EPS)의 전년대비 상승률과 주가의 전년대비 상승률이 밀접한 정(+)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는데 EM ASIA는 신흥 시장 디스카운트의 영향으로 이익대비 주가 상승폭이 낮았기 때문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하지만 밸류에이션 매력에도 신흥시장에서의 글로벌 자금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2013년 11월 이후에는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입에서 이례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선진국과 GEM(글로벌 이머징마켓)의 월별 자산대비 자금 유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2013년 10월까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자금 흐름은 유출입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2013년 11월부터 그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3개월간 나타난 자금흐름의 디커플링은 신흥시장에서의 본격적인 자금유출보다 공포매도(Panic Selling) 때문에 그 원인이 있다.

공포매도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최근 52주 누적 순매수를 살펴보면 신흥시장에서의 최근 52주 순매수규모는 2008년 이후 최저치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신흥시장의 밸류에이션에도 순매수 규모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디커플링이 공포매도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흥시장 디커플링 원인 ‘공포매도’

계절성으로 볼 때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입은 3월을 기점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전망이다. 신흥시장의 2011년 이후 연간 자금흐름을 보면 2011년과 2013년에도 3월을 기점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약해진 대외 환경과 자금이 흐름으로 보면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약해진 펀더멘털과 극도로 쏠린 심리를 본다면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물론 결과는 시장이 결정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2014년 상반기가 신흥시장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는 점이다. 신흥시장 위기에 강한 코스피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ampm01@daishin.com
▲ [더스쿠프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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