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문화산업을 표현하는 용어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엔터테인먼트산업’, 영국은 ‘크리에이티브산업’, 프랑스는 ‘아트산업’, 일본은 ‘어뮤즈먼트산업’으로 다르게 부른다. 세계 각국 문화산업이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한류 인기를 잇기 위해선 우리 문화에 부족한 창조성을 보완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언어는 사고를 제한하는 틀이며 현실의 거울이다. 또한 언어와 현실은 서로를 규정한다. 사피어-워프는 “우리는 모국어가 그어놓은 선에 따라 자연세계를 나눈다”고 주장했고 철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들은 내 세계의 한계들을 뜻한다”는 말로 언어가 갖고 있는 사고의 제한성을 풀이했다. 언어결정론의 주장에 따르면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같은 대상이라도 다른 뜻의 언어를 사용하면 그것은 다른 뜻으로 인식되고 이것이 바로 ‘차이’를 나타내고 ‘특성’이 된다는 얘기다.

개념으로 본 ‘문화차이’

문화산업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문화산업이란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문화산업 분야 세계 1위인 미국은 ‘엔터테인먼트산업’, 영국은 ‘크리에이티브산업’, 프랑스는 ‘아트산업’, 일본은 ‘어뮤즈먼트산업’으로 다르게 부르고 있다. 세계 각국 문화산업이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택한 용어 ‘엔터테인먼트’는 즐거움·기분전환·즐거운 자극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을 사로잡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으며 즐거워하고, 하고 싶고, 듣고 싶고, 보고 싶어 하는 행위를 아우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즐거움의 대상이 누구냐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즐거움의 대상은 나와 우리가 아닌 당신(You)이다. 나와 우리는 손님으로 온 당신을 즐겁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주체는 2인칭인 당신에 있다. 당신인 ‘관객’의 만족이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영국이 선택한 용어 ‘크리에이티브’는 개인의 창조성·가능·재능에 방점이 찍혀 있는 관점이다. 창조성은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 기존의 것을 결합해 새롭고 유용한 관점으로 개발하는 활동이다. 창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새로움(Newness)과 독창성(Originality)이다. 독창성은 과거와 현재에 없는 유일무이한 새로운 걸 의미한다. 그래서 창조성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 예술분야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주체는 엔터테인먼트와 달리 1인칭인 ‘나(I)’다. 한국이 택한 ‘문화’의 의미는 어떨까. 문화는 정체성(identity)을 중요 가치로 ?銓?있다. 같은 문화라는 범주를 가지고 있고 그 안에서의 동질성(homogeneity)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문화는 ‘우리(We)'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 속에서 이해돼야 하고 문화적 관련성은 콘텐트 성패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엔터테인먼트·크리에이티브·문화 등 3가지 관점 중 가장 좋은 건 찾기 어렵다. 산의 정상은 하나지만 올라가는 길은 여러 가지라서다. 다른 관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실제로 성공한 콘텐트를 잘 살펴보면 3가지 요소들이 적절하게 포함돼 있다. 문화적이고, 언테테인먼트하며 크리에이티브한 게 좋은 콘텐트라는 것이다. 여기에 예술적(프랑스)이고 어뮤즈먼트함(일본)이 가미되면 최고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콘텐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만큼 ‘나’를 강조해야

다행히 우리는 한류의 성장을 통해 문화콘텐트의 힘을 봤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이 틀린 게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젠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어야 할 때다. 우리 문화콘텐트에서 가장 부족한 건 창조성이다. 문화가 나(I)가 아닌 우리(We)를 강조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우리 콘텐트에서 ‘창의성’이 부족한 건 당연하다. 창조성은 ‘우리’보단 ‘나’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돋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아닌 나부터 톡톡 튀게 만들라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문화라는 개념 안에 미국과 영국처럼 ‘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라는 관념을 넣어야 한다. 그러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넘쳐 흐르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우리 문화콘텐트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류준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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