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⑤

▲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기업은 성장가도를 달릴 가능성이 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기업은 유기체와 같다. 수많은 팀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부 경영인은 기획ㆍ전략ㆍ생산 등 일부 팀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영업팀은 찬밥대우를 한다.

머리, 눈, 코, 입, 귀, 다리, 팔 등 신체부위 중 가장 불만이 많은 녀석은 항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늘에 위치해 온갖 쓰레기와 폐기물을 내보내는 항문은 단 한번도 주인으로부터 귀여움을 받아 보지 못했다. 똑같은 휴지라도 얼굴용과 항문용이 다를 정도니 오죽했겠는가. 그래서 항문은 주인이 늘 애지중지하는 눈이 싫었다. 좋은 화장품을 발라 치장하고, 심지어 큰돈을 들여 성형수술까지 하는 등 최고의 대접을 받으니, 항문 입장에선 당연한 불만이었다.

참다 못한 항문은 조물주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하치장 일을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이젠 눈이 돼 주인의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조물주는 항문의 소원을 들어줬다. 눈이 항문으로 전락하고, 항문이 눈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항문이 꿈꾸던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정작 눈이 돼보니 빛을 통과조절하는 동공, 망막에 초점을 맺게 해주는 수정체, 망막에 비치는 영상을 읽어내는 시신경 등을 활용해 복잡하고 정교한 일을 해야 했다. 괄약근이라는 둔탁한 근육만 있는 항문으로선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나 힘들어 감당하기 어려워진 항문은 조물주를 다시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그럼 눈은 어땠을까. 그동안 복잡하고 정교한 일만 해왔던 통에 불행하다고 여겼던 눈은 항문이 돼라는 조물주의 ‘영令’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하루에 한번만 잠시 오므렸다 늘렸다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눈은 굵은 변을 적절하게 잘라내고 밀어낼 힘과 기술이 없었다. 주름살이 잡혀 있는 근육인 ‘괄약근’이 없었기 때문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기업의 조직은 전략팀ㆍ기획팀ㆍ인사팀ㆍ홍보팀ㆍR&D팀ㆍ생산기술팀ㆍ회계팀ㆍ자금팀ㆍ구매팀ㆍ자재팀ㆍ영업팀 등으로 나눠진다. 이 팀들의 업무가 연계돼 움직이는 유기체가 바로 기업이다. 기업의 인력운영을 유심히 살펴보면 최우선 분야는 전략ㆍ기획ㆍ인사ㆍ홍보ㆍR&Dㆍ생산기술이다. 더구나 승진을 할 땐 전략ㆍ기획ㆍ인사ㆍ홍보ㆍR&D분야의 인력이 다른 팀보다 유리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아무래도 업무성격상 경영진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필자가 컨설팅한 A기업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인력과 역량을 전략ㆍ기획ㆍ인사ㆍR&Dㆍ생산기술에 집중했다. 그 결과 미래전략과 제품제조능력이 훌륭했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영업조직을 ‘찬밥대우’했다. 우수한 전략과 제품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 좋은 제품을 부실한 영업력 때문에 창고에 쌓아놓기 일쑤였다. AS시스템도 탄탄하지 않아 소비자의 원성만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제품을 팔아야 할 영업맨들이 처우에 불만을 갖고 제품대금을 횡령하거나 파업을 일으키는 일이 빈번했다. 영업ㆍAS분야에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성공했을 법한 이 기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은 유기체와 같다. 조직기능마다 중요도는 다를 수 있지만 각 분야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지 않으면 기업은 성장하기 어렵다. 여기서 경영자가 배워야 할 건 이렇다. ‘조직기능에 대한 관심은 다르게, 집중은 같게’하라는 것이다. 눈과 항문처럼 귀하지 않은 일은 없다.
김우일 글로벌대우자원개발 회장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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