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법률테크

▲ 나와 이웃을 위해 음주운전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방심은 금물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얼큰하게 취한 날, A씨는 대리운전을 불러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다. 대리운전기사로부터 키를 넘겨받은 A씨는 주차장으로 내려가다 접촉사고를 냈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에 해당할까.

때는 며칠 전 밤. 곤히 자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전화를 건 이는 고등학교 친구. 누군가와 술 한잔을 하다가 전화를 했나 싶어 받지 않았다. 그런데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벨소리가 울렸다. ‘무슨 문제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전화를 받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음주운전 하다가 앞차와 접촉사고가 났는데 어쩌면 좋겠냐’는 하소연이 들려왔다. 요즘 변호사는 ‘친구 민원까지 해결해줘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친구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아 성실하게 답을 해줬다. 그러길 네차례. 인내심을 갈고닦은 기나긴 밤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친구는 다음날 오전 다시 전화를 걸었다.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억울하다는 게 이유. 친구는 자신이 술을 마신 걸 눈치챈 앞차 운전자가 합의를 해주기는커녕 경찰을 불렀다고 원망했다. 특히 접촉사고가 난 장소가 자신의 아파트 단지 내 도로였는데, 이런 경우에도 음주운전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는 음주사고를 낸 친구만의 궁금증은 아닐 게다.

우리가 아는 음주운전죄는 도로교통법 위반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음주운전을 한 장소가 도로여야 한다. 이때 도로는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대법원 판례를 보자. “… 아파트 단지가 상당히 넓고, 여러곳에 경비실이 있으며, 아파트 경비원들이 아파트 주민 외 차량에 스티커를 붙여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아파트 주민들이 우선적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아파트 경비원의 스티커 발부행위만으로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를 특정인들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별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라면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다시 말해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 아파트 단지의 규모, 단지 내 도로의 형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인지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친구가 설명하는 자신의 아파트 단지는 사례로 든 판례와 유사했다.

따라서 친구가 운전한 곳은 도로교통법상 도로일 뿐만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음주운전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그 친구는 다른 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자가운전을 통해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친구에게 몸이 상하지 않은 것,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고 위로해줬다.

일전에 음주운전으로 고역을 치른 분이 있었다. 처음에는 벌금, 두번째는 집행유예, 세번째는 6개월 징역형이었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집으로 돌아오는 중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을 자다가 교통경찰 단속에 걸리고 만 것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나와 이웃을 위해 음주운전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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