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배의 音樂別曲

▲ 음악은 ‘좋아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 두개뿐이다. 음악은 비평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거다.[사진=뉴시스]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으로 알려져 있는 ‘그래미 어워드’가 개최됐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대중이라면 이 시상식의 이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미상을 받으면 명실공히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과연 상을 받은 음악이 최고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년도 넘은 이야기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군림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은 데뷔 당시 혹평일색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뒤 시대의 우상이 됐다. 이후 ‘서태지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던 평론가들조차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최고라는 칭호를 붙여주며 대중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까지 가끔씩 회자되는 이 사건은 2014년엔 일어나기 힘들다. 지금 시대에서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혹평을 받는다면 그야말로 ‘생매장’ 될 수 있어서다.

편협한 평론에 속지 말아야

사실 당시에는 다운타운시장이라고 불리는 음반매장과 음악카페 혹은 길거리 리어카에서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 방송국에서 섭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을 직접 듣는 대중 중심의 음악 시장이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느냐다.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듣고 있는지 아니면 전문가나 대중매체에 많이 노출되는 음악을 듣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대중은 많은 부분을 지배당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 좋다고 여기고 그렇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다. 요즘은 어떤 것을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자신이 검색한 음악에 대한 전문가나 파워 블로거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손쉽게 접한 비평을 읽고 음악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간혹 좋지 않은 단 한줄의 비평으로 인해 해당 음악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음악보다 남의 의견을 쫓아 음악을 듣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새로움을 느껴보려는 마음보다 대다수가 좋아하는 음악,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도 편협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평론가의 글에 속은 경험이 있다.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겠지만 귀가 얇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당신은 어떤가. 아무것도 모르고 들었을 때는 좋았던 음악을 전문가가 혹평했다는 이유로 홀대한 경험은 없는가.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으로 알려져 있는 ‘그래미 어워드’가 개최됐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대중이라면 이 시상식의 이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미상을 받으면 명실공히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과연 상을 받은 음악이 최고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음악에 최고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음악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최고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

최고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최고로 만들고 싶은 대중의 욕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기적인 대중이 음악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다. 주관적인 음악에 개인의 점수와 근거 없는 평가를 더해 순위를 매기고, 음원 사재기로 순위를 올리며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대중매체에선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교육방송인 EBS조차 시청률이 저조하단 이유로 다양한 음악을 라이브 공연으로 선보이던 ‘스페이스 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을 축소ㆍ편성했다.

최고의 음악은 어디에도 없어

언론과 평론가의 역할은 최고의 음악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에게 다양한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대중 또한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눈치 보지 말고 자신 있게 즐겨야 한다. 음악에는 최고라는 종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악은 단지 두 종류로 나뉠 뿐이다.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하지 않는 음악으로 말이다.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jazzinbae@gmail.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