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테이퍼링 공포 ‘신흥국 위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2차 테이퍼링을 결정했다. 1차 테이퍼링 때와는 달리 글로벌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의 증시와 환율이 그렇다. 민간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일부 신흥국의 침체가 더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올 1월 말 퇴임한 벤 버냉키 Fed 의장. 그와 ‘Mr. 버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미국 현지시간 1월 29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정례회의가 열렸다. 회의결과는 예상대로였다. Fed는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먼저 국채매입규모를 400억 달러에서 350억 달러로 낮췄다.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규모도 기존보다 50억 달러 줄인 300억 달러로 축소했다. ‘버냉키가 테이퍼링을 급격하게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선 ‘1차 테이퍼링’ 때와는 다른 시그널이 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차 테이퍼링’이 실시됐을 때 글로벌 증시는 안정세를 잃지 않았다.
선진국 증시를 중심으로 큰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테이퍼링의 시행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시장은 ‘친절한 버냉키의 선물’이라며 환호했다. 이번엔 다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이번 ‘2차 테이퍼링’의 반응이 시장의 민낯일지 모른다. ‘1차 테이퍼링’ 땐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가 ‘증시하락’을 막았다. ‘테이퍼링 이슈’가 시장에 선先반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2차 테이퍼링’은 호재가 없었다. ‘돈을 끌어들이면 시장이 위축된다’는 단순한 경제논리가 작동했을 뿐이다. 더구나 Fed는 2차 테이퍼링을 발표하면서 ‘신흥국 위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Fed 금융정책의 초점이 미국의 이익에만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테이퍼링은 계속될 것”이라며 “2월 FOMC회의에서도 테이퍼링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Fed가 세계경제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책 목표는 미국경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미국의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1월 FOMC를 통해 미 통화정책이 ‘세계경제의 이익’이 아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특히 신흥국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요인에도 신흥국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절한 버냉키’로 불렸던 버냉키 의장의 마지막은 친절하지 않았다. 신흥국의 경제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테이퍼링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물론 Fed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경제상황이 신통치 않은 신흥국으로선 테이퍼링 영향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버냉키 의장의 명성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추락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년간 Fed 의장으로 재임한 그린스펀 전 의장은 ‘경제 마에스트로’ ‘통화정책의 신神의 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6년 퇴임할 땐 ‘Fed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의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퇴임 2년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무리한 저금리 정책 고수로 부동산 거품만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제 마에스트로’에서 ‘미스터 버블’로 추락한 데 걸린 시간은 2년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시장이 이른바 ‘버냉키 평가’를 유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가 침체하면 헬리콥터에 올라가 돈을 뿌리겠다’는 공언처럼 그는 사상 유례 없는 경기침체를 ‘양적완화’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활용해 돌파했다. 그가 시장에 뿌린 돈만 해도 ‘4조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에 뿌린 돈을 거둬들이는 시기다. 돈을 뿌려 시장에 활력을 준 건 사실이지만 돈을 끌어들일 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진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게 많은 돈을 시장에 뿌린 게 처음인 만큼 (돈을) 끌어들이는 것도 처음이라서다. 민간시장이 아직은 살아나지 않은 신흥국처럼 ‘테이퍼링’이 세계경제를 또 다른 공포 속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벤 버냉키. 전임자 그린스펀처럼 그 역시 심판대에 섰다. 신흥국 위기는 그 첫번째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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