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혁신론’

최근 유통장벽이 무너지면서 유통업계의 새로운 변신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해외직구와 병행수입 활성화는 기존 유통업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가 가미된 복합쇼핑몰을 ‘카드’로 내세우고 나섰다. 유통업체가 이젠 테마파크나 야구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향후 10년간 새로운 유통업태를 발굴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신세계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혁신이 우리를 그 길로 이끌 겁니다.” 올 1월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혁신’을 입에 담았다. 그럴 만도 했다. 신세계그룹을 둘러싼 환경이 신통치 않아서다. 무엇보다 ‘해외직구(해외직접구매)’와 ‘병행수입’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합리적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유통채널 다변화를 이끌어 유통업계 수장들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기존 유통채널의 점검과 변화, 중장기적 성장 동력 마련이라는 숙제도 주어졌다. 신세계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벌써 일부 사업은 해외직구 열풍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이다.[※참고: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의 인기로 백화점과 패션전문업체는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의 대표품목이 백화점의 주력상품과 겹쳐서다. 수요가 분산된다는 얘기다.] 올 1월 2일(종가 기준) 25만7500원까지 올랐던 신세계(신세계백화점)의 주가는 2월 3일 21만 8000원으로 약 15% 떨어졌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패션전문기업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도 떨어졌다. 1월 10일 9만3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월 28일 7만7700원으로 약16% 떨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비 각각 11%, 27% 증가한 2380억원, 136억원으로 추정된다.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주가는 되레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는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이라는 복병과 무관치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해외브랜드 부문의 실적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다”며 “해외직구를 포함한 병행수입 활성화의 가능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도 1월 29일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가 지난 3개월 동안 부진했다”며 “소비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 결여, 정부의 병행수입 활성화 정책에 따른 영업 위축 우려 등이 이유”라고 분석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그렇다고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와 사업부문이 부진의 늪에 빠진 건 아니다. 의외로 성장가능성이 있는 사업부문도 있는데, 이마트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를 정책 피해주에서 수혜주로 꼽으며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내놓은 병행수입 활성화 방안에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이 거론되고 있다”며 “해당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마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마트가 업계에서 해외직매입 상품 매출규모가 크다”며 “(창고형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통해 병행수입 물품 완판 사례가 많아 더욱 주목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병행수입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병행수입을 매출원으로 삼고 있는 이마트의 활동영역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마트는 병행수입으로만 지난해 6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800억원이다. 해외직구 열풍에 신세계 ‘흔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용진 부회장에게 대형마트는 골칫거리나 마찬가지였다. 동네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이마트는 월 2회 의무 휴무, 출점 규제 등 각종 정부 규제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마트에는 ‘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한 ‘거리’가 많다. 병행수입의 활성화 역시 이마트엔 호재다. 이런 맥락에서 정 부회장이 이마트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예전부터 패션뿐만 아니라 식품 부문에서도 해외직소싱과 병행수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며 “앞으로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병행수입 상품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데이즈는 국내에서 유니클로 다음으로 규모가 큰 SPA 브랜드”라며 “앞으로도 체질 개선을 통해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미래사업으로 주목하는 사업은 또 있다. 교외형 복합쇼핑몰이다. 정 부회장은 2016년 하반기부터 하남과 인천, 대전과 안성, 의왕과 고양에서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교외형 복합쇼핑몰은 소비자들이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쇼핑·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합친 게 특징이다.

또 이미 포화시장인 도심 지역을 벗어나 외곽으로의 진출도 염두에 뒀다. 지난해 10월 착공에 들어간 하남유니온스퀘어에는 백화점·명품전문관·할인점, SPA 브랜드·영화관·엔터테인먼트·식음시설 등이 들어간다. 프리미엄아울렛의 초점이 ‘저렴한 명품 쇼핑’이라면 복합쇼핑몰의 특징인 대형마트·명품전문관·백화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이다. 판매·문화시설의 결합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다양한 소비채널을 통해 소비자가 지출하게 만든 구조다. 여기서 정 부회장이 주목하는 건 ‘엔터테인먼트’ 기능이다.

고객이 흥에 겨워 알아서 돈을 쓰게 만들겠다는 거다. 그가 내세운 핵심 키워드도 ‘라이프스타일 센터’다. 소비자들이 한곳에서 먹고, 즐기고, 쇼핑하게 만든다는 거다. 정 부회장은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기본 콘셉트는 쇼핑·여가·외식·문화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앞으로 유통업체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진짜 경쟁상대는 같은 유통업체가 아닌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유니온스퀘어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내외빈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쇼핑에 엔터테인먼트 넣어라” 김상현 영남대(경영학) 교수는 “최근 온라인쇼핑, 모바일 쇼핑 등이 확산되면서 단순이 물건을 사는 장소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여러 경험을 제공해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복합쇼핑몰로의 변화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대형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정 부회장이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저성장 기조 속 부동산에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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