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후폭풍 맞은 가금류

조류인플루엔자(AI)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3년 첫 AI 발생 이후 올해로 4번째다. 문제는 AI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는 거다. 정부에 출하시기를 놓친 가금류 수매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 조류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면서 농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주춤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설 연휴 이후 나흘 만에 2건의 추가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월 6일 오후 경기 화성 종계(씨닭)농가와 전남 영암 산란계(무정란을 낳는 닭) 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추가로 접수됐다. 2월 2일 ‘충북 음성(종오리 농장·19차 신고)’과 ‘전북 정읍(토종닭 농장·20차 신고)’에서 2건의 신고가 접수된 지 나흘 만이다. 이로써 방역당국에 접수된 AI 신고는 2월 7일 22건으로 늘었다.

화성시는 의심 신고 된 농가 반경 500m내 닭 10만 마리에 대해 살처분에 들어갔다. 전남도 역시 AI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영암군 해당 농장과 근처 농장을 포함해 산란계 5만 1000마리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월 17일 전북 고창에서 고병원성 AI 발생 후 2월 5일까지 살처분 조치된 닭·오리는 282만4000마리에 달한다.

AI가 장기화되고 피해가 늘면서 축산농가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2월 6일에는 AI 여파로 50대 양계 농민이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AI 발생 이후 닭의 판로가 막히면서 닭을 제때 출하하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끝내 목숨을 끊었다. 정부는 AI 발병농가로부터 반경 3㎞ 내 농장의 가금류(닭·오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반경 3㎞~10㎞ 내 농가의 가금류는 출하를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AI 발병 여부와 상관없이 출하시기를 놓쳐 피해를 보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사료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거나 축산물 품질이 떨어지면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하시기를 놓친 가금류 수매에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AI대책특별위원회는 정부에 출하를 포기한 가금류 전량을 즉각 수매하고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안정자금 등을 국비로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 [더스쿠프 그래픽]

과거 4차례 AI 발생 전례를 보면 살처분 보상금·생계안전자금·소득안전자금 등은 피해규모와 지급기준에 맞춰 지급됐다. 하지만 수매 규모는 그때그때 달랐다. 2008년 3차 AI 발생 때는 가금류 1020만 마리의 살처분 보상으로 683억원을 지급했고 수매자금으로 922억원을 사용했다.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2차 발생 때는 가금류 살처분 보상금으로 253억원, 수매자금으로 26억원을 지출했다. 4차(2010~2011년) 발생 때는 살처분 보상금으로 2008년과 비슷한 670억원을 썼다. 하지만 정부 수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AI 피해에 따른 수매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살처분 보상금·생계안정자금·소득안정자금 등은 농특회계와 축산발전기금을 비롯한 정부예산에 편성돼 있어 집행이 어렵지 않지만 수매자금을 조달하는 게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3차례 수매지원을 했을 때에도 농식품부는 축산발전기금 중 수급안정자금에서 수매자금을 조달하다가 결국은 다른 예산을 전용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의 가금류 수매 여부에 촉각이 몰리고 있다. 문제는 AI 피해로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는 거다. 대책이 시급하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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