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 업체 성장비결

▲ 한국·금호·넥센 등 ‘국내 타이어 3인방’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글로벌 경기침체의 늪을 순조롭게 돌파하는 업체가 있다. 한국ㆍ금호ㆍ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인방’이다.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요인을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해외사업 강화, 신차용ㆍ교체용 타이어를 통한 매출증대, 연구개발(R&D) 강화로 기술력 증진 등이다. 타이어 3인방의 3가지 성장동력을 살펴봤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던 지난해. 대부분의 업종은 실적하락에 시달렸다. 제품을 팔 만한 시장이 모두 위축됐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타이어 업계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7조600억원. 2008년 매출 4조4620억원보다 5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310억원을 달성,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한창인 금호타이어도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엔 매출 3조6985억원, 영업이익 34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조7282억원의 매출을 올린 넥센타이어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ㆍ금호ㆍ넥센 등 국내 타이어 3인방의 성장 요인은 ‘해외 사업 강화’ ‘신차용(OE)ㆍ교체용(RE) 타이어로 매출 끌어올리기’ ‘적극적인 연구ㆍ개발(R&D)을 통한 기술력 확보’ 등 3가지다.

▲ [더스쿠프 그래픽]
타이어 3사는 먼저 수출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진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중국ㆍ인도네시아ㆍ헝가리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총 4700만개의 생산 규모다. 올 하반기엔 8억 달러(약 85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연산 1100만개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2016년부터 가동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는 연간 생산량 6500만개 중 약 50%를 해외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1994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 회사는 중국 내 4개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2008년엔 베트남 호치민 빈둥성에 래디얼 타이어 생산공장과 천연고무 가공공장을 세웠다. 아세안 시장은 물론 미국ㆍ아프리카ㆍ중동 등으로 수출을 다각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올 하반기 금호타이어는 2008년 건설이 중단된 미국 조지아공장을 다시 공사한다.

넥센타이어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성장전략을 펼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중국 칭다오靑島 공장(연 생산량 1000만개)을 가동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내 생산량을 매년 200만~300만개 늘려 2018년까지 총 2000만개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추후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다른 국가에도 생산거점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3사의 둘째 전략은 신차용ㆍ교체용 타이어 공급을 통한 매출 끌어올리기다.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라면 타이어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좋은 차에 들어가는 타이어라면 품질이 좋다고 여긴다. 그래서 신차에 들어간 타이어를 다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신차용 타이어 공급량이 늘어야 교체용 타이어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3사의 신차용ㆍ교체용 타이어의 판매 비중을 보면 한국타이어는 3대7, 금호타이어는 3.5대6.5, 넥센타이어는 2대8이다.

신차용 타이어 공급, 성장발판

고급 신차용 타이어 공급 측면에선 한국타이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대형 세단인 벤츠 S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24개 업체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프리미엄 차량 타이어 공급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가격 위주의 판매 전략을 펼쳤다면 이제는 프리미엄 타이어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2011년 BMW미니에 타이어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2012년 BMW 3시리즈, 2013년 5시리즈에 타이어를 납품하고 있다. 소형→중형→대형 세단으로 이어지는 고급 신차용 타이어 공급 전략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늘리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벤츠 B클래스와 G클래스 타이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폭스바겐(골프ㆍ제타), BMW(미니ㆍJCW GP), 크라이슬러(그랜드 체로키ㆍ닷지 저니ㆍ세브링ㆍ타운&컨트리)에도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2011년 기아차 K5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면서 신차용 타이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미쓰비시(2012년), 크라이슬러(2013년), 폭스바겐(2013년)에 타이어를 공급하며 행동반경을 넓혀 나가고 있다. 아직 고급 차량으로 꼽히는 벤츠ㆍBMW 등과 계약을 맺지 못한 게 단점이라면 단점.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일반 차량을 넘어 프리미엄 차량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성장 단계가 있다”며 “후발업체로서 이런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이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3사의 마지막 전략은 R&D를 통한 기술력 강화다. 국내 타이어 업체들은 언급했듯 신규타이어 공급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지만 출혈도 있었다.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단가를 낮추는 경우가 많았던 거다. 실제로 글로벌 타이어업체로 꼽히는 브리지스톤, 미쉐린과 국내 3사의 타이어 가격을 비교하면, 국내 타이어가 15~20% 싸다.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했다는 얘기다. 국내 3사가 R&D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정적 수익원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생산라인.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3사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R&D 투자를 계속해서 늘려왔다. 한국타이어는 2011년 R&D 부문에 1167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매출액의 1.8%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지난해에는 이 비중을 2.05%로 끌어올렸다.

금호타이어도 R&D비용으로 2010년 574억원, 2011년 689억원을 사용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의 1.98%인 805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는 2011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승용차용(PCR)ㆍ경트럭용(LTR)ㆍ트럭버스용(TBR) 타이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가격’ 아닌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넥센타이어 역시 2010년 202억원이었던 R&D비용을 지난해 415억원(매출의 2.4%)으로 늘렸다. 또한 3사는 해외 수출 전략과 맞물려 국가별 특성에 맞는 타이어 개발에 힘썼다. 이를 위해 해외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3사 모두 미국ㆍ유럽ㆍ중국 등에 R&D센터를 두고, 현지 도로 상황에 맞는 타이어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생산 거점 확보, 고급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 기술력 강화 등 3가지 요인이 불황 속에서도 국내 타이어 3사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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