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의 CEO Story

부서 이동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능력 없는 인력을 정리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필요 없는 인력을 팽烹하기 위한 작업일 수 있다는 얘기다. 모두 그런 건 아니다.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를 관리자나 차기 CEO로 발탁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일 수도 있다.

▲ 부서이동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기업의 임원 A씨. 그룹의 가장 큰 사업부문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며 임원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다. 그런 A씨로부터 지난해 연말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는 분노와 실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직을 해야 할 거 같다”는 말부터 꺼냈다. A씨가 맡고 있던 사업부의 10분의 1 규모의 부서로 이동을 통보받은 게 이유였다. 게다가 매출 부진으로 몇년째 고전하고 있는 사업부였다. 갑작스런 인사이동을 통보 받은 A씨의 상심은 말할 수 없이 컸다. A씨는 “회사측으로부터 ‘팽’ 당한 게 틀림없다”며 “알아서 나가달라는 신호”라고 확신했다.

신중히 선택해야 후회 없어

그의 인사조치는 석연치 않았다. 잡음 하나 없이 우직하게 일해 온 A씨였기 때문이다. 그가 맡은 사업부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었고 인사고과에서 문제가 될 만한 문책성 요인도 없었다. 핵심인재나 다름없던 A씨가 한직으로 밀려난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일단 A씨를 만나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지 말 것을 조언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면 안 될 것 같았다. 다양한 사업부의 경험을 쌓아 역량을 키워주려는 회사의 의도일 수도 있다고 다독였다. 지금껏 10년 이상 다방면에서 활약해온 것처럼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일 것을 조언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고심 끝에 회사에 남기로 한 A씨. 그는 나중에야 본인이 회사 승계 프로세스에 오른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측에서 그가 이룬 공을 높게 평가한 거였다. 회사가 그에게 어려운 사업부를 맡긴 이유는 ‘해결사’로 내세우기 위함이었다. 며칠 후 한 콘퍼런스장에서 A씨를 만났다. 예전보다 일은 고되지만 직장생활 30년 만에 다시 열정을 찾았다며 밝게 인사를 건넸다. 또 그때 회사를 관뒀더라면 지금쯤 낯선 곳에서 고군분투하며 시간만 낭비하다 퇴직을 준비하고 있었을 거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실패를 맛보거나 실수의 대가를 치를 때가 있다. 규모가 큰 회사라면 생각지도 못한 부서이동을 경험할 수도 있다. 부서이동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A씨의 사례처럼 회사의 정확한 의도를 모르고 스스로 ‘좌천’ 당했다고 생각해 퇴직을 결심하기도 한다. 여기서 짚고넘어갈 게 있다. 글로벌 기업 GE는 ‘인재를 키우는 법’ 중 하나로 순환보직시스템을 실행하고 있다. 회사의 인력을 한번쯤 ‘한직’으로 보내 이들의 경력 개발은 물론 시야 확장을 꾀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개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고 이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를 관리자나 차기 CEO로 발탁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유태인의 교육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부서이동으로 경험과 정보 얻을 수도

어떤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혹독한 트레이닝을 하는 데 여기서 강인한 인재가 배출된다. 다른 부서에서의 경험은 후일 높은 자리에 올라갔을 때 비로소 빛을 내게 마련이다. 그러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서이동이라고 하더라도 소중한 경험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잠시 주류에서 벗어나 혜안을 갖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에게 인생은 결코 무정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usie@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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