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식기술의 흑과 백

지문인식으로 문을 열고, 정맥인식으로 돈을 인출하며, 홍채인식으로 인증서를 발급받는다. 머지않아 실현될 생활상이다. 생체인식기술은 편의성을 추구한 듯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보안을 위해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세상에 100% 완벽한 보안은 없다. 생체정보가 유출된다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 생체정보는 분실과 도용이 쉽지 않지만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미국의 대도시. 손목밴드형 기기를 착용한 여성이 쇼핑몰에 들어선다. 기기는 사람의 심장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활용해 신원을 인증한다. 여성이 제품을 구경하는 사이 그의 개인정보는 손목밴드를 통해 매장 포스(POSㆍ경영정보시스템)로 자동 전송된다. 여성이 계산대 앞에 놓인 기기에 손목밴드를 갖다 댄다. 현금이나 카드결제 없이 간단한 동작만으로 결제가 완료된다.

▲ [더스쿠프 그래픽]
영화의 한 장면으로 보이는가. 아니다. 곧 미국에서 벌어질 현실의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손목밴드형 기기의 이름은 ‘나이미’다. 나이미는 심장이 생성하는 전기 신호를 통해 신원을 인식한다. 지난해 미국 벤처기업 바이오님이 개발했다. 칼 마틴 바이오님 CEO는 “인체는 개인기기와 인터넷계정의 암호열쇠가 될 수 있고 전자결제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머지않아 모든 보안시스템에 홍채나 지문을 보여주고 신원을 인증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자동차 문을 열 때 홍채인식을, ATM(현금자동입출기)에서 정맥인식을, 병원에서 지문인식을 하는 거다. 이렇게 신원 인증을 위해 개인마다 다른 지문ㆍ홍채ㆍ안면 등 생체정보를 정보화한 것을 ‘생체인식기술’이라고 한다. 현재 상용화 단계를 거쳐 시장에 출시된 생체정보기술은 지문ㆍ홍채ㆍ안면ㆍ정맥ㆍ지문인식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지문인식이다. 현재 애플과 팬택이 정전방식을 이용한 지문인식기능을 자사 스마트폰(아이폰5Sㆍ베가 LTE-A 등)에 탑재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생체인식기술이 신분 인증의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분실ㆍ도용ㆍ복제 등이 쉽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생체인식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정보는 막으려는 자가 있으면 빼내려는 자가 있기 때문이다.

생체정보 유출 땐 문제 심각

문제는 생체정보가 유출될 경우 개인정보 침해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체인식기술 특성상 개인의 지문ㆍ홍채ㆍ얼굴 등 신체정보를 등록해야 하는데 저장된 생체정보가 유출되거나 범죄목적으로 사용되면 지금의 개인정보 유출보다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 [더스쿠프 그래픽]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생체인식기술을 보조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용녀 한양사이버대(해킹보안학) 교수는 “생체인식기술은 100% 완벽한 보안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두개 이상(생체인식기술ㆍ비밀번호ㆍ아이핀 등)의 보안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용 팬택 국내상품기획팀 차장은 “높은 벽은 한번에 넘을 수 있지만 100개의 허들은 넘다가 중간에 멈출 수도 있다”며 “생체인식기술 역시 장벽의 보안인증을 다양하게 두고 위험요소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으로 보안인식을 제고하는 것이다. 보안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재성 한국인터넷진흥원 박사는 “생체정보 유출로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겠지만 그만큼 생체인식기술이 더 발전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보안인식이 향상돼야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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