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상가의 허와 실

▲ 인기 있는 역세권 중엔 권리금이 높지만, 이름값을 못하는 곳도 있다.[사진=뉴시스]
유동인구가 많고, 시설이 좋을수록 권리금이 높다. 그만큼 장사가 잘 된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인기상권이 역세권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역세권 점포를 노린다면 역세권의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 저평가되거나 고평가된 지역이 많아서다.

점포권리금 법제화 논의가 뜨겁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점포권리금 법제화의 핵심은 권리금을 어떤 방식으로 수치화해 건물주의 소유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느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점포권리금은 여러 복합적인 요소로 탄생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시설이 좋을수록 권리금은 올라간다. 이 때문에 권리금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세권은 유동인구가 많아 점포 선호도가 높아서다.

서울 역세권에 위치한 주요 상권 권리금은 얼마나 될까. 서울 지역의 역세권 상권은 크게 도심권ㆍ유흥가ㆍ대학가ㆍ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대상 역세권은 60곳이다. 국내 상권을 대표하는 강남역과 명동역이 주춤한 사이 신촌역ㆍ건대입구역ㆍ이태원역 등 대학가나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드는 지역의 상권 권리금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촌역 상권(전용면적 50㎡ 기준)의 평균 권리금은 2억8400만원이다.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임대료 상승폭이 크지 않아 권리금이 강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건대역 상권(전용면적 40㎡ 기준)의 평균 권리금은 2억6500만원이다. 그밖에 대학가 상권은 일반적으로 전용면적 40㎡(약 12.12평)~50㎡(약 15.15평)를 기준으로 혜화역 상권이 1억7800만원, 홍대입구역 상권이 1억6200만원, 서울대전철역 상권이 1억5900만원, 흑석역(중앙대역) 상권이 1억130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대학가 상권은 상대적으로 오래된 건물이 많아 평균 권리금이 높은 대신 임대료 상승여지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기업 등 직장인 수요가 풍부한 광화문역 상권과 안국역 상권은 전용면적 66㎡(약 20평) 기준으로 평균 권리금이 각각 2억7700만원과 2억4900만원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태원역 상권(전용면적 40㎡ 기준)은 2억6800만원이었다.

▲ [더스쿠프 그래픽]
국내 대표적인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역과 명동역 평균 권리금은 각각 1억500만원, 8200만원이었다. 강남역과 명동역은 화장품이나 아웃도어 업체들이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안테나숍(상품 판매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본사가 직영하는 매장)’이 많아 대형 업체가 장기간 입점계약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물주가 외국계 자본인 경우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상가 매매가와 임대료는 다른 지역보다 높다. 그러다 보니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폐업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소자본 창업자 입장에서는 점포 오픈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이름만 남은 명동, 조심해야

반면 권리금은 낮다. 명동 상권 권리금이 떨어진 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여유법(덤핑 단체관광 금지법) 영향이 크다. 여유법에는 저가상품 판매, 별도 수수료 징수, 쇼핑 강요 등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적용되던 관광업계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유법 시행으로 가이드의 강제 물품 구매 강요가 어려워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메카였던 명동 상권이 타격을 받았다. 명동 외화벌이의 큰손이던 일본인 관광객마저 엔저현상과 한일관계가 악화로 인해 발길을 뚝 끊었다.

명동은 이름값 때문에 점포 보증금과 임대료가 계속 치솟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더구나 서울 곳곳에 명동 못지않은 인기 상권이 들어서다 보니 임차인들도 실속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레 권리금도 낮아졌다.

권리금이 가장 낮은 역세권은 송파역 상권으로 조사됐다. 인근에 잠실역ㆍ신천역 등 유명 상권이 많고, 직장인 수요가 강남역 일대로 빠져나가 상대적으로 평균 권리금이 적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권리금이 상권의 인기를 반영하기는 하지만, 권리금이 높다고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다. 인기 있는 역세권에 목매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상권별 특성과 업종 유망성을 잘 파악해 아이템을 선정하고, 자기자본 규모에 맞는 업종인지, 입지에 합당한 업종인지를 꼼꼼히 따져 보는 게 더 중요하다.

▲ [더스쿠프 그래픽]
상권 유망지역에 권리금이 없는 신축 분양상가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최근 점포권리금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주목을 받는 신축 분양상가들이 꽤 많다.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상가 인기지역인 강남역 일대를 중심으로 9호선 2단계 개통을 앞둔 차병원 사거리 일대,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2ㆍ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 일대, 서울 접근성이 좋은 하남시, 송파 ‘위례신도시’, ‘문정지구’, 화성 ‘동탄2 신도시’를 대표적으로 꼽고 있다.

먼저 좋은 성적을 보인 곳은 위례신도시다. 지난해 9월 분양된 ‘위례1차 아이파크 애비뉴’ 상가는 한달 만에 100%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어 분양에 들어간 ‘위례2차 아이파크 애비뉴’ 상가도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90%에 가까운 분양률을 보였다.

송파 위례신도시는 송파 거여ㆍ장지동 일대를 중심으로 4만3419세대(10만8548명)를 배후로 두고 있고, 업무지구를 포함해 약 20만명의 유동인구 발생이 기대되는 항아리 상권 중 하나다. 송파 문정지구도 문정 법조단지 조성과 1만개 기업이 입주 예정인 최첨단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면 약 1만5000세대의 신흥 오피스텔촌이 조성된다.

수도권 남부 최대 신도시가 될 화성 동탄2 신도시는 7개 특별계획구역을 지정해 광역 비즈니스콤플렉스ㆍ워터프린트콤플렉스ㆍ동탄 테크노밸리 등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돼 상권 형성 면에서는 동탄1 신도시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탄2 신도시는 총 11만1413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동탄2 신도시는 동탄1 신도시와 통합을 염두에 둬 광역중앙공원과 1ㆍ2지구간 순환도로도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면 동탄1ㆍ2 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이 지역은 수도권 남부 최대 신도시가 된다. 동탄1 신도시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대한민국을 대표 상권인 강남역 일대에 공급되는 상가는 꾸준한 인기다. 강남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구는 평일 21만명, 주말 35만~40만명(지하철공사 통계 기준)이다. 이처럼 유동인구는 많지만 주변 상업지는 제한돼 있다. 때문에 강남역 주변 상가는 늘 고객으로 북적인다. 특히 주말은 주변 음식점ㆍ카페에 20~30대를 중심으로 대기 수요가 넘친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강남역 상권 내부로 연결되는 다양한 대중교통을 바탕으로 풍부한 배후지도 갖추고 있다. 오피스ㆍ판매ㆍ학원ㆍ서비스ㆍ문화상권 등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 위례신도시의 신축 분양상가는 권리금이 없는 상권 유망지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뉴시스]
신흥 상권 신축분양도 인기

당산역 일대는 신흥 오피스텔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통팔달의 교통여건을 갖춘 데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신촌ㆍ여의도ㆍ강남까지 2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9호선 2단계 개통을 앞두고 있는 차병원 사거리 일대, 지하철 5호선 연장ㆍ미사지구 조성 등 개발호재가 풍부한 하남시도 상가 유망지역 중 하나다.

물론 강남역이나 당산역 상권처럼 검증된 지역은 큰 문제가 없지만, 신도시나 택지지구처럼 신흥으로 조성되는 상권은 상가투자 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특히 신흥상권 상가투자는 수익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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