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LG전자’ 선언한 LG 부품계열사

LG그룹 부품계열사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품 안의 자식’ 같았다. 대부분의 부품을 LG전자에 납품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두 계열사 모두 애플에 스마트폰 관련 부품을 납품한다. ‘탈LG전자 전략’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힌 거다. ‘품 안의 자식’들의 반란을 살펴봤다.

▲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판로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동안 LG전자는 위기를 맞았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LG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이미 바닥을 찍었다.’ 2011년 주식시장에 ‘바닥설’이 돌았다. 불명예 꼬리표가 붙은 곳은 LG그룹의 주요 계열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두 계열사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도 2010년 4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2011년 내내 영업적자에 시달렸다. 그해 LG디스플레와 LG이노텍은 각각 7635억원, 4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2012년 8월, 주식시장에 나돌던 ‘바닥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계열사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주가가 크게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2012년 7월 23일 2만2100원에서 8월 17일 2만7000원으로 22% 올랐다. 2012년 2분기 적자를 기록했지만 2000여억원의 미국 담합 민사소송 관련 충당금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업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장의 분석이 힘을 얻은 결과였다.

▲ [더스쿠프 그래픽]
어규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8월 리포트를 통해 “뉴아이패드 패널 출하량 증가, 인셀 터치스크린패널(TSP) 장착된 아이폰5 양산, 고해상도 울트라북 패널 출시 등으로 LG디스플레이의 고부가가치 패널 출하 비중이 60% 이상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LG이노텍의 주가도 2012년 7월 23일 8만1200원에서 8월 17일 8만9900원으로 10% 상승률을 보였다. LG이노텍 역시 하반기에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시장의 눈은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인가에 쏠렸다. 두 계열사는 시장의 기대에 화답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공급하는 스마트폰용 인셀(in-cell) 부품의 매출 비중을 22%까지 끌어올리며 2012년 3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고, 그해 총 영업이익 9123억원을 올리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9조9540억원, 영업이익 963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 [더스쿠프 그래픽]
LG이노텍도 2012년 1분기 영업이익 238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더니 그해 영업이익 77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 4조6675억원, 영업이익 1072억원을 기록했다. LED 매출 증가와 원가개선으로 2012년 3분기에 LED 부문의 흑자전환,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면서 수익성이 호전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계열사 모두 애플에 스마트폰 관련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점이다. LG전자뿐만 아니라 애플과 같은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면서 실적을 개선한 것이다. 두 계열사가 ‘탈LG전자’를 통해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탈LG전자’로 생존 도모

어규진 연구원은 “꾸준히 해외 TV세트업체와 거래를 해온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한 애플과 거래를 튼 게 실적개선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에 TV용 디스플레이를 오랫동안 대량으로 납품해왔기 때문에 애플의 스마트기기나 중국의 TV세트업체 등 다양한 해외고객사를 확보한 것이 흑자 전환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목현 메리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했을 때는 그 수요를 애플 등 새로운 거래처에서 만회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 애플의 아이폰5를 만든 것은 LG 부품계열사들이다.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카메라모듈은 LG이노텍이 공급했다. [사진=뉴시스]
물론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전자에 납품하는 디스플레이는 TV용이고, 특정 기업에 납품하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 기기용이기 때문에 주문량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LG전자에 납품하는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특정 고객사와의 거래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린 것”이라며 “고객사와 관련된 것은 언급하기 힘들다”고 입장을 밝혔다. 두 회사가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영향’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두 계열사가 ‘이탈’을 꾀한 LG전자의 상황이 신통치 않아서다.

LG전자의 전반적인 실적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부문(MC사업본부)은 2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1320만대를 판매했지만 435억원의 손해를 봤다. TV와 가전사업도 좋지만은 않다. TV사업(HE사업본부)은 지난해 4분기 404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전년 동기보다 14%나 줄어들었다. 가전사업(HA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역시 전년보다 24% 감소했다. 위기라 할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 계열 부품사였던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성과는 눈여겨볼만하다. 다양한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지름길임을 증명해서다. 증권사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애플과 거래하며 쌓은 이력은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신사업 판로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