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구조개혁의 모범 ‘멕시코’

▲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멕시코의 성장동력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영향으로 신흥국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특히 통화가치 하락은 고민거리다. 하지만 멕시코의 사정은 다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멕시코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멕시코 정부의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경기회복을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멕시코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A3으로 한단계 높였다. 남미 지역 국가를 포함한 신흥국 대부분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불안을 겪고 있지만 멕시코는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실시가 점쳐지던 지난해 6월 이후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외자유출 가속화가 이유다. 지난해 1월 이후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 가치 변화를 살펴보면, 브라질ㆍ터키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가는 15~25%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대만ㆍ한국ㆍ멕시코 등의 통화는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 [더스쿠프 그래픽]
신흥국 15개국을 대상으로 취약성 지수를 조사한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테이퍼링의 충격이 국가별로 차별화 되고 있다. 분석결과는 한국과 대만이 취약성 지수 5 이하로 가장 낮았고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5~10에 포함됐다. 터키와 브라질은 지수 10을 넘어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멕시코는 8.5 정도로 중간을 차지했다. 멕시코는 남미 지역에서 칠레 다음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 신흥국이나 태국ㆍ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멕시코의 신용등급이 다른 신흥국과 다르게 안정적인 이유는 지난해부터 사회ㆍ경제 분야에서 시작된 구조개혁 기대감과 미국 경기회복 기대감이 테이퍼링 우려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2013년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멕시코는 교육ㆍ통신ㆍ조세ㆍ정치 등의 분야에서 각종 개혁이 진행됐다. 교육부문에서는 국가교육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문 교원청 설치의 근거를 마련했다. 실적기반에 따른 교사 임명을 통해 교원의 질 향상과 학생의 진학률 상승을 꾀했다. 금융개혁의 골자는 중소기업과 개인의 여신 확대와 금융기관의 능력ㆍ감독 강화다. 외국인의 보험ㆍ대부업체 지분 인수를 100%까지 허용해 멕시코 금융시장으로 외국 자본의 활발한 진출이 기대된다.

경기회복 이끌 에너지 개혁

방송통신에서는 방송통신분야 독점 규제를 위한 연방방송 통신원을 설립했고 외국인 투자지분율을 정보통신과 위성통신분야는 100%, 방송분야는 49%까지 확대했다. 소득에 따른 소득세의 차별적용과 비만 특별세를 제정해 탄산음료와 정크푸드에 세금을 부과하는 재정개혁을 단행했다. 주식거래 소득에도 10%의 세금을 부과했다.

멕시코 개혁 가운데 가장 기대가 큰 분야는 에너지 개혁이다. 지난 75년간 에너지 시장을 독점해온 국유석유회사 페멕스(PE MEX)를 민간자본에 개방하는 에너지 개혁 법안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엑슨모빌(ExxonMobil), 셰브론(Chebron), BP 등 심해원유 채취 기술을 갖고 있는 글로벌 석유 기업이 멕시코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들면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2013년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멕시코에선 각종 개혁이 진행됐다. 2013년 11월 멕시코 혁명 103주년 축하행사에 참석한 엔리케 케냐 니에토 대통령(가운데)의 모습.[사진=뉴시스]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에서 원유와 가스 생산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초반 10%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이 비중은 6%까지 줄어들었다. 멕시코 연근해 원유가 고갈돼가고 있는 가운데 페멕스의 설비 노후화와 생산 기술력 개발 부진 등으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에너지 개혁을 통해 원유 생산시설 현대화 전환으로 생산의 효율성 증대와 심해유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개혁으로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고, 2018년까지 GDP 1% 성장, 2025년까지 1.5~2.0%의 성장률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개방을 통해 일평균 원유 생산량을 현재의 290만 배럴 수준에서 2018년 350만 배럴까지 확대한다면 GDP 1% 상승은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에너지 개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액과 정부의 세수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2018년 멕시코의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지금의 두배에 달하는 4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원유 관련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안정적 수익확보와 재정 건전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멕시코가 미국의 테이퍼링 여파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테이퍼링 자체가 미국의 경기 회복을 의미해서다. 미국은 멕시코 전체 수출의 80%가량을 치지하고 있는 최대 수출시장이다. 2006년 이후 멕시코 수출과 미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면, 미 소매판매가 1% 증가할 경우 멕시코의 수출은 2.5%가량 늘어난다.

특히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어 제조업 분야의 회복이 기대된다. 멕시코 자동차협회(AMIA)는 지난해 24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역대 최고 생산량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99년 72%였던 멕시코의 자동차 해외수출 비중이 2013년에는 82%를 넘어설 전망이다. 2013년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약 240만대로 역대 최고 생산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자구책으로 침체의 늪 탈출

경제개혁정책을 통한 자구책 마련과 미국 경기 회복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멕시코 재무부는 2015년부터 경제성장률이 5%에 진입해 10년간 이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신흥국은 성장동력의 부재와 테이퍼링 등 외부금융시장의 불안감까지 더해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흥국이 침체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자체적인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최근 멕시코의 행보는 다른 신흥국의 모범이 될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황문수 대신증권 연구원 metalwork@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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