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vs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프리미엄·고품격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사진은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왼쪽)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사진=더스쿠프 포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타격을 입었다. 두 항공사의 올해 목표는 당연히 ‘흑자전환’이다. 흥미롭게도 전략도 ‘장거리 노선강화’ ‘프리미엄 전략’으로 비슷하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다. 대한항공은 ‘고품격’, 아시아나항공은 ‘합리적인 품격’을 강조한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통해 양사의 전략을 살펴봤다.

“지창훈 사장은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다. 세계 각국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시장을 분석한다. 유럽ㆍ미국ㆍ중국 등의 항공시장은 어떻고, 어떤 항공기를 운용해야 효율적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신규노선을 확보하는 능력도 강점이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지 사장은 여객ㆍ화물사업을 두루 경험한 항공 전문가다. 1977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그는 샌프란시스코지점장(2001), 서울여객지점장(2004)을 거치며 여객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2008년 화물사업본부장을 맡아 항공 화물에 대한 이해력도 높였다.

지창훈 사장은 2010년 1월 대한항공 총괄사장에 올랐다. 그가 경영을 맡은 2010년 대한항공은 매출 11조6399억원, 영업이익 1조2357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한항공의 실적은 계속 줄었고, 지난해 영업손실 17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자연스럽게 지 사장은 목표를 ‘흑자전환’으로 삼았다. 대한항공은 올해 매출 12조5600억원과 영업이익 64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 [더스쿠프 그래픽]
대한항공이 적자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일본 노선 악화와 화물부문 부진이다. 대한항공의 사업구조는 여객 60%, 화물 30%, 기내식ㆍ기내판매와 항공우주사업 등 기타 10%다. 이 가운데 전체 매출의 10~15%를 차지하는 일본 노선이 엔화 약세와 한일 감정 악화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올해 일본 노선을 줄이고, 동남아 시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도 확대한다. 오는 5월부터는 인천공항~미국 휴스턴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그 결과, 대한항공의 미국 직항노선은 11개(뉴욕ㆍLAㆍ시카고ㆍ애틀랜타ㆍ댈러스ㆍ샌프란시스코ㆍ시애틀ㆍ워싱턴ㆍ호놀룰루ㆍ라스베이거스ㆍ괌)에서 12개로 늘어난다. 6월부터 인천과 오스트리아 빈, 스위스 취리히를 연결하는 노선을 분리해 인천~빈, 인천~취리히 직항 노선을 각각 주 3회씩 운항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진했던 화물 부문 역시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수출 품목은 반도체와 LCD 등으로 소형화됐고, 생산공장은 중국ㆍ동남아 국가로 넘어가고 있어 항공화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해외’ 화물보다 ‘해외→해외’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창훈, ‘흑자전환’ 당면과제

대한항공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고품격 프리미엄’ 항공사다. 2011년부터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차세대 항공기 A380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안락한 비행→고품격 기내 서비스→안전으로 이어지는 대한항공의 서비스는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프리미엄 전략이 언제나 긍정적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그 정도로 품격을 따져야 하나’ ‘수익성은 맞출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 의견도 많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지 사장의 과제는 프리미엄 요소를 유지하면서 고객 접근성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목표 역시 ‘흑자전환’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 1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올해는 매출 6조원, 영업이익 1800억원으로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김수천 사장.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그는 중국팀 팀장(2000), HR부문 상무(2005), 여객영업부문 상무(2007) 등을 거친 후 2008년 에어부산 대표에 올랐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올 1월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취임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김 사장은 업계에서 꼼꼼하고 세심한 CEO로 통한다. 에어부산 대표 시절인 2011년 1월 김 사장은 부산~대만 타이베이 노선 신규 취항을 결정했다. 당시 이 노선은 더 이상 수요가 없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1년새 부산 타이베이 노선의 탑승객은 3배가량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2년 6월 대만관광청으로부터 대만관광공헌상을 수상했다. 이런 결과는 김 사장의 치밀한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에어부산은 벼랑 끝을 걷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수천 사장은 의사결정을 할 때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신중하게 결정했다. 이게 김 사장의 경영 스타일로 굳어진 것 같다.” 그는 “김수천 사장은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시했다”며 “함께 토론하는 것을 즐겼다”고 덧붙였다. 에어부산은 2010년 흑자로 돌아섰고, 2011년 영업이익 20억원, 2012년 39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김 사장이 에어부산에서 보여준 성장 노하우를 아시아나항공에 어떻게 접목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ㆍ중국ㆍ동남아 등 중ㆍ단거리 노선 위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일본 노선은 엔화약세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저비용 항공사(LCC)의 강세로 중ㆍ단거리 노선은 포화상태가 예상된다. 이제는 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김수천, LCC 성장 노하우 어떻게 접목할까

김 사장은 2월 10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장거리 노선의 영역은 LCC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것”이라며 “A380, A350 등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통해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여 프리미엄 항공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A380 2대를 시작으로 내년 2대, 2017년 2대 총 6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차세대 대형기 A350도 2017년부터 운용한다. 김 사장은 “중ㆍ대형기의 비중을 현재 50%에서 5년 후 60%로 늘려 장거리 노선 중심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A380 도입은 대한항공에 비해 3년가량 늦었다. 업계는 장거리 노선 강화와 프리미엄 전략 측면에서 두 항공사를 비교하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보다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A380은 바 라운지ㆍ면세품 전시관을 갖춘 ‘특特 프리미엄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하는 A380은 좌석이 495석으로 대한항공 A380(407석)보다 82석 많은데, 이를 통해 고객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같은 A380을 도입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김수천 사장이 저비용항공사(LCC)를 운영하면서 얻은 ‘합리적인 프리미엄 전략’이 아시아나항공을 관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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