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화력발전소 유해ㆍ위험물질 리스트

국내 화력발전소는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있을까. 위험하거나 유해물질은 없을까. CBSi더스쿠프가 단독입수한 ‘화력발전소 유해위험물질 목록’에 따르면 국내 화력발전소 26곳에서 취급하는 유해위험물질은 75개에 달한다. 그중엔 사람에게 치명상을 안길 수 있는 물질도 있다.

▲ 지난해 4월 한 화력발전소에서 소방대원들이 유독·위험물질 누출사고 대응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연료를 태워 발생하는 열로 물을 끓인다. 그러면 고온ㆍ고압의 수증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터빈을 돌려 에너지가 생산된다.’ 화력발전소든 수력발전소든 원전이든 연료만 다를 뿐 에너지 생산방법은 비슷하다. 중요한 건 에너지 생산원인 ‘물’이 배관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무언가가 배관을 막을 때가 많아서다. 그래서 각 발전소는 배관을 청소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그중엔 각별히 주의해야 할 물질도 있다.

CBSi더스쿠프가 심상정 의원실의 협조를 받아 단독입수한 ‘화력발전소 유해위험물질 목록’에 따르면 국내 26개 화력발전소가 취급하는 유해위험물질은 75개에 이른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확인하려면 미국연방방재협회가 제정한 NFPA지수를 참고해야 한다.

이 지수는 위험물질이 유출됐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격이다. 지수는 0~4로 표기하고, ‘보건(건강위험)’ ‘화재위험’ ‘반응성’으로 나눈다. 보건은 해당 물질의 유해성이 건강에 미치는 정도를, 화재는 대기 중 상온에서 불이 붙었을 때 얼마나 타는지를, 반응성은 해당 물질이 다른 화학물질이나 물ㆍ충격에 반응해 에너지ㆍ압력ㆍ온도가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나타낸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반응성이다. 한국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화학물질의 반응성 지수가 ‘1 이상’만 돼도 폭발할 수 있다.

▲ [더스쿠프 그래픽]
NFPA지수를 기준으로 유해성이 높은 화학물질은 수소ㆍ염산ㆍ수산화나트륨ㆍ하이드라진ㆍ차아염소산나트륨ㆍ암모니아다. 수소는 설비나 물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사용한다. 일종의 냉각물질인데, 폭발 위험성이 있다. 화재지수는 4에 해당한다. 염산은 설비의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기름이 새거나 폐수처리를 할 때 사용한다. 염산의 반응성 지수는 1이다. 열에 불안정하기 때문에 충격이나 가열 시 조심해야 한다.

수산화나트륨ㆍ하이드라진ㆍ차아염소산나트륨은 발전소에서 물의 슬러지(찌꺼기)를 제거할 때 사용한다. 수산화나트륨은 보건지수 3, 반응성지수 1로 유해성이 높다. 신체와 짧은 접촉만으로도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하이드라진도 위험한 물질이다. 보건지수 4, 화재지수 2로 보호장비 없이는 접근할 수 없다. 보건지수 3, 화재지수 1인 암모니아도 주의해야 한다. 가열시 폭발하면 독성가스가 생성될 만큼 유해하다. 이런 유해ㆍ위험물질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화력발전소 측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다. 한 발전소 관계자는 “민간발전소나 화학공장에 비하면 유해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게 아니라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익명을 원한 한 화학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요컨대 발전소가 암모니아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하도급업체 관계자의 실수로 탱크가 파손돼 암모니아가 유출됐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유해ㆍ위험물질을 사용하는 게 중요한 거지, 그 종류나 수가 적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 [더스쿠프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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