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부는 ‘外風’

▲ 송도국제도시는 외국인을 겨냥한 수익형 부동산이 유망한 지역이다.[사진=뉴시스]
외국인이 부동산 투자의 성공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면서다. 단독주택 중심이던 수요도 아파트ㆍ다가구주택ㆍ원룸으로 다양해졌다. 투자처를 잘 고르고, 양질의 서비스만 곁들이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을 달구는 ‘외풍(外風)’을 살펴봤다.

# 경기도 평촌에 거주하는 박경한(56)씨는 마포구 상암동 인근의 한 오피스텔(30㎡ㆍ약 9평 )을 외국인에게 임대했다. 방식은 1년짜리 ‘깔세’. 이는 보증금 없이 일정기간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것이다. 임대 초기에 들어가는 가구ㆍ가전제품 구입비용을 제외하면 추가 비용이 들어갈 일이 없고, 월세를 밀릴 일이 없어 세입자들도 만족스러워한다.

최근 외국인이 부동산 투자의 성공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관광ㆍ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포함해서다. 안전행정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2008년 89만1000명에서 지난해 144만6000명으로 62% 증가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대사관들이 밀집해 전통적인 외국인 주거지로 꼽혔던 용산(한남동ㆍ이태원)을 비롯해 대기업ㆍ외국계 기업과 각종 어학원이 밀집한 인천 송도, 서울 강남ㆍ여의도, 경기도 판교 등에 많다. 외국인은 과거 목돈이 필요한 중대형의 고급빌라를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엔 소형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이들도 많다. 단지 주변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우수한 교통여건, 비교적 저렴한 주거비용 등이 이유로 보인다. 오피스텔ㆍ호텔업계가 외국인 임대의 틈새시장으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더스쿠프 그래픽]
특히 외국인들은 보증금 없이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2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깔세 방식’을 선호한다. 투자자로선 한번에 목돈을 받을 수 있고, 경기침체 시대에 임대료 연체 등의 우려를 덜 수 있어 좋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역시 외국인 임대지역으로 뜨고 있다. 이미 채드윅 국제학교와 한국뉴욕주립대가 들어섰고, 올해엔 미국 조지메이슨대와 유타대가 개교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녹색기후기금(GCF)과 세계은행이 들어섰고, 프랑스 수처리 1위 기업 베올리아워터는 지난해 10월 아시아ㆍ태평양 교육센터를 건립하기도 했다. 포스코건설 등 국내 대기업도 많다. 외국인이 더 몰릴 만한 여건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2016년까지 미군이 이전하기로 돼 있는 평택시도 떠오르는 투자처다. 평택 송탄의 K-55,팽성읍의 K-6 캠프험프리 부대로 서울 용산 미8군과 한미연합사령부 경기 동두천, 의정부 미2사단 등의 병력이 옮겨온다. 이전이 완료되면 군인, 군무원, 관련 기업 직원들까지 약 8만명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공급도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공급이 많아지면 공실률 발생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투자금액과 입지, 상품에 따른 투자전략을 세우고, 현실적인 목표 수익률을 정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월세가 장점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역은 어디일까. 한 부동산 업체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선호 주거지역 1위는 용산구 한남동(22.7%)이었다. 다음으로 이태원동(19.8%), 연희동(18.8%), 성북동(17.8%) 순이다. 중시하는 생활환경으로는 주거 쾌적성(36%), 교통여건(28.4%), 교육환경(18.4%) 등을 꼽았다.

▲ 외국인은 정원이나 테라스가 있는 주택을 선호했다.[사진=뉴시스]
한남동과 이태원동을 선호하는 이유는 서울독일학교, 프란치스코 학교 등 외국인 학교가 많고, 외국인 취향에 맞는 구조의 주택이 많아서다.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성북동은 대형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대사관 직원과 외국기업 주재원 대표 등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성북동 단독주택은 녹지로 둘러싸여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주거 독립성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 많은 게 장점이다.

선호 주택 유형은 단독주택이었고, 고급빌라, 아파트,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원룸이 뒤를 이었다. 다만 전체 외국인이 대체로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나 고급빌라를 선호했지만, 일본인은 아파트를 선호했다. 선호하는 구조는 거실, 주방, 침실의 구분이 확실하고 현관에서 안방이나 주방이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파티가 가능한 정원이나 넓은 테라스에 대한 요구도 컸다.

외국인 임대료 수준은 내국인보다 10%가량 높았다.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142㎡(약 43평)에 월 360만원, 246㎡(약 74평)에 650만원 정도였다. 중개수수료율도 거래가액 기준 평균 6%로 내국인(평균 0.4%)보다 높았다. 통역ㆍ시설 관리 대행 비용이 포함돼서다. 실제로 외국인은 계약 기간에 중개업소를 통해 세금문제, 재계약, 내부수리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비즈니스나 관광을 목적으로 한 외국인 수요도 늘었다. 특히 한옥에서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려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한옥 임대사업도 활발하다. 가회동 일대와 북촌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한옥 게스트하우스 대부분이 최근 임대사업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까지 몰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 [더스쿠프 그래픽]
북촌은 방 크기에 따라 숙박료에 차이가 있지만 통상 하루 숙박비용은 5만~10만원이다. 대지면적 165㎡(약 50평)에 방이 10개라면 월평균 1300만~14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특히 한옥 수리비를 서울시에서 최대 무상 6000만원, 융자 4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외국어와 다문화에 대한 경험을 심어주고 싶다면 홈스테이를 적극 추천할 만하다.

다만 북촌 한옥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북촌 한옥 매매가는 3.3㎡(약 1평)당 2000만~4000만원, 전세는 3.3㎡당 1000만원 정도다. 외국인 임대사업을 하려면 관할 구청에 숙박업소 신고를 해야 하고, 초기에 한옥 수리비와 에어컨ㆍ인테리어 등에 드는 비용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량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홈스테이를 통한 외국인 대상 임대사업에 성공하려면 인터넷과 블로그 등에 능해야 유리하다. 대부분 인터넷이나 블로그 등을 보고 찾아오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호텔 같은 오피스텔도 인기

주로 주상복합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중장기적으로 임대해 주면서 호텔식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주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도 인기 있다. 호텔처럼 커피숍ㆍ레스토랑ㆍ사우나 등의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호텔과 달리 객실마다 취사도구 등이 갖춰져 있다. 호텔과 오피스텔의 장점을 합친 셈이다. 때문에 중ㆍ장기 출장을 자주 다니는 외국인이나 국내에 잠시 머무르는 해외 동포들에게 인기가 높다.

운영 방식은 크게 직영과 분양 후 위탁 방식으로 나눠진다. 직영은 호텔 운영 회사가 호텔 주변에 지어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고,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분양한 뒤 운영 수익을 돌려주는 게 분양 후 위탁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관리 업체에 운영을 맡기고, 통장으로 수익금만 받는 위탁 방식이 많다. 임대인으로서는 신경 쓸 게 별로 없어 편리하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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