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동의 Inno-Process

사람이 많고 조직이 클수록 의견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 자회사ㆍ공장ㆍ연구소 등을 여럿 둔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무작정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고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효율성’이다. 부서간의 의사결정시간을 단축하고, 업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 효율적인 시스템은 의사결정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사진=뉴시스]
기업이 사업을 확대하다 보면 자회사가 하나둘 늘어난다. 당연히 본사와 자회사를 묶어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럴 때 기업은 자회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전사적통합시스템(ERP시스템)이다. 결제체계를 단순화하고, 원가절감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이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 시스템을 구축하기만 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것이라 여기는 믿음이다. 과연 그럴까. 일반적으로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은 기획ㆍ마케팅ㆍ영업부서가 맡는다. 그런데 이들 부서간의 호흡이 척척 맞지 않는다. 심지어 생산ㆍ구매ㆍ출하ㆍ수급 등을 처리하는데 혼선이 발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서마다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이것이 시스템 상에서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일로 골치를 앓고 있던 기업이 있었다. G종합화학기업이다. 글로벌 S종합화학기업의 한국지사인 이 회사는 IT분야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 LCD) 산업으로 영역확대를 꾀했다. 동시에 자회사를 설립해 LCD용 컬러필터와 편광필름을 생산했다. 기획ㆍ영업ㆍ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서울에서 근무했고, 공장과 연구소 직원들은 각각 익산과 평택에 일했다.

첨단소재를 다루는 회사는 물류와 회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IT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서울~익산~평택은 물리적으로 거리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글로벌 S화학기업이 사용하는 SAP솔루션(산업별로 특화된 설계)이었다. 이미 시스템을 도입해 검증을 받은 데다 기술경쟁력과 글로벌 경영에 필요한 다국어서비스ㆍ다통화ㆍ다국가지원기능이 마련됐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기존에 운영되던 단위사업 부서의 데이터베이스를 올인원(All-in-One)으로 통합하는 동시에 프로젝트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거였다. G기업은 여기서 한발 나아가 경영자정보시스템(EIS)을 새롭게 구축했다. CEO 중심의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경영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기존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SAP솔루션을 통해 주간업무보고ㆍ이슈관리 등을 이용하게 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그 결과, 직원들은 일정을 정확하게 조율할 수 있게 됐다. 각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애플리케이션(앱)도 하나로 통합됐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G사가 ERP시스템 구축으로 거둔 성과는 두가지다. 담당자들이 발 빠르게 고객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결제관리가 단일화된 것도 이 기업이 얻은 성과다. 기존 전산환경은 본사ㆍ공장ㆍ연구소 간에 결제체계가 복잡해 효율적인 결재관리가 어려웠다. 그런데 결제관리가 단일화되면서 편의성이 향상됐고, 시간별로 생산성까지 향상되는 효과를 거뒀다.

SAP솔루션은 다양한 보고서 기능이 제공돼 수주ㆍ재고ㆍ생산ㆍ매출ㆍ미수금 등 공통된 데이터를 부서가 공유할 수 있었다.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구매원가 절감과 원자재 재고 감소라는 결실을 이룬 것이다. 결국 SAP시스템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시간을 단축한 것이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인 셈이다.
최명동 메인비즈협회 원장 mdchoi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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