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⑧

가끔 꿈을 신의 ‘계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과 꿈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기업인이라면 이러한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특히 기업경영에 신의 논리를 대입해선 곤란하다.

▲ 공자는 신이 공경의 대상일 순 있어도 가까이 할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사진=뉴시스]
A라는 기업을 방문했다. 입구부터 직원 사무실, 최고경영자 방까지 모두 특정 종교의 가르침이 벽에 도배하듯 붙어 있었다. 기업 사훈마저도 특정 종교의 가르침으로 벽 한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심지어 A기업 CEO는 말끝마다 자신이 믿는 신을 들먹이며 기업의 모든 사업계획, 경영계획이 모두 신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경영인이라기보다 마치 전도사에 가까워 보였다.

하루 일과도 독특하다. 전 직원이 아침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업거래처에 방문할 때는 업무보다는 손을 잡고 기도부터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존재한다는 거다. 기업의 경쟁자·거래처·고객 모두가 각각 다른 신을 숭배할 수 있다. 무신론도 있다. 가끔가다 지나치게 종교를 내세우는 기업이 있는데 이 경우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언젠가 한 기업의 사업계획을 검토한 적이 있다. 기업의 규모와 비교해 사업계획서에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보였다.

동남아시아 밀림지대를 개간해 식량을 대량생산하고 굶주리고 헐벗은 기아들을 위해 벌이는 일종의 박애자선사업에 가까웠다. 이 기업 CEO는 자신의 종교에 대한 믿음을 실천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명분은 훌륭했다. 하지만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액에 비해 자금 회수 가능성은 불확실해 보였다. 필자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해당 사업계획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기업 CEO는 고개를 끄덕이며 필자의 말을 수긍하는 듯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 이렇게 말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물론 다소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에게 답을 구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새벽기도를 올렸습니다. 기도 마지막 날,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하나님의 벼락같은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애초에 불우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기로 해놓고 이를 중지하려고 하느냐. 그까짓 실패가 두려워 나를 배신하려고 하느냐. 이 세상 모든 일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 나를 대신해 인류구원이라는 박애정신을 구현하고자 함이다.’
 
정신이 번쩍 뜨였습니다. 하늘이 저에게 내린 최고의 기회란 걸 깨달았습니다.” 이 CEO의 눈동자는 이미 반쯤 풀려 있었다. 필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하늘의 계시가 아니라 간절한 바람이 꿈으로 나타난 일종의 자기최면, 명현효과에 불과합니다. 꿈에서 깨세요!” 하지만 필자의 만류에도 이 기업 대표는 무리한 빛을 끌어내 신사업에 전력을 쏟아 부었다. 결과는 뻔했다. 그는 결국 파산했고 노숙자가 됐다. 그는 필자를 찾아와 원망의 소리를 냈다. “왜 그때 제 뺨을 세게 치지 않으셨습니까.”

공자님은 경이원지敬而遠之라는 말씀으로 공자는 괴이한 것·초자연적·초인적·기적·신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신을 공경하면서도 멀리하면 지혜롭다는 뜻을 피력했다.다시 말하면 가까이 하기도 멀리하기도 어렵다는 의미의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을 기본 모토로 삼은 것이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종교를 갖는 게 마음 편하다. 하지만 합리적 경영행위가 요구되는 기업경영에 신의 논리를 대입해선 곤란하다.
김우일 글로벌대우자원개발 회장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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