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 창조경제는 생산의 핵심이‘창의성’이라는 걸 뜻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국의 창조경제는 창조산업에서 거둔 성공적 모델을 모든 산업으로 확산시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창조경제는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됐다. 영국 국민들은 창조산업에서의 생산핵심이 무엇보다 ‘창의성’에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창조경제(creative economic)’는 1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 실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나온다. 심지어 창조경제를 위해 만든 미래창조과학부조차 창조경제의 모호성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답은 창조성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경제는 생산과 소비라는 양축에 의해 결정된다. 그중 부의 원천은 소비를 이끌어내는 생산물에 있다. 인간 사회에서 최초의 생산은 자연 생산물 그대로다. 수렵ㆍ채취시대를 넘어 재배의 시대에도 가공이란 약간의 부가가치가 결합됐을 뿐 자연 생산물이 최고의 생산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산업혁명은 엄청난 발전이었다. 기계 에너지를 동원한 대규모 가공력은 양적ㆍ질적 측면에서 새로운 생산성을 만들어냈다. 그후 200여년의 시간이 지난 후 짧지만 정보혁명을 통해 비자연적인 요소가 생산의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걸 우리는 봤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생산의 핵심 경쟁력으로 ‘창의성’을 얘기한다. 창조경제는 생산의 핵심이 창의성이라는 걸 의미한다. 창의성이 어떻게 생산물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한 믿음이 바로 창조경제에 대한 이해의 출발이 될 수 있다.

창조경제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은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의 성공적 운영을 통해 창의성의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 1997년 출범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정부는 기존의 문화유산부를 문화미디어스포츠부(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ㆍDCMS)로 확대ㆍ개편하고 창조산업과를 신설해 창조산업분야 전반을 총괄했다. 창조산업TF도 설치ㆍ운영했는데, 기존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산업에서 창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분야의 산업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예술ㆍ방송ㆍ영화 분야는 물론 광고ㆍ건축ㆍ공예ㆍ디자인ㆍ패션ㆍ음악ㆍ출판ㆍ소프트웨어를 키우기 위함이었던 거다.

그 결과 영국의 창조산업은 200만명 이상의 고용과 10% 수준의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하는 거대 산업군으로 성장했고, 세계 5대 콘텐트 생산 국가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의 창조경제는 창조산업에서 거둔 성공적 모델을 모든 산업으로 확산시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창조경제는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됐다. 영국 국민들은 창조산업에서의 생산핵심이 무엇보다 ‘창의성’에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영국의 창조산업 육성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세가지다.

첫째, 생산의 중심이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이란 점이다. 인류에게는 기존의 아날로그 세상과는 또 다른 디지털 세상이 존재하고, 그 세상의 모든 걸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창의성은 무한대의 가치가 있는 무한자원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모든 자원은 유한성이 있고, 유한성이 클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경향을 갖고 있다. 반면 창의성은 무한자원으로 그 끝이 어딘지 모르고 특정 소수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 이는 곧 보편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의 이념과 상통하는 가치로, 자본주의의 문제점인 계급성의 타파와 직접 관련돼 있다.

셋째,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구조가 필요하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개인의 중요성은 물론 창의성이 상품화되는 전 과정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창의성은 발휘될 수도 없고 상품화의 길은 요원해진다. 용어 차이는 있겠지만 개념적 측면에서 볼 때 창조산업이 21세기 핵심 분야라는 데 이견을 달 이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마리를 토끼를 벅차게 잡아 온 우리나라가 이제는 ‘창의화’의 길마저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콘텐트는 그 해답을 주는 가장 좋은 분야다.
류준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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