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금융회사 통제시스템 논란

▲ 매출채권을 이용한 사기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ㆍ감독이 비난을 받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매출채권을 이용한 대출사기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KT ENS의 3000억원대 대출사기사건에 이어 삼성전자 매출채권 위조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점과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가 연루된 3000억원대 대출사기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는 하나은행 1624억원,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296억원이었다. 14개 저축은행의 대출 금액도 800억원에 달했다. 피해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아직 갚지 못한 금액 2900억원에 달해 실제 피해규모는 5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의견이다.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을 위조한 대출사기사건도 발생했다. 금융당국과 검찰 등에 따르면 터치스크린을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업체 디지텍시스템스의 전직 임원 등 3명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을 위조해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180여억원을 대출받았다. 게다가 대출과정에서 수출 관련 서류 등을 위조해 매출규모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씨티은행뿐만 아니라 산업ㆍ국민ㆍ수출입ㆍ하나ㆍ농협은행 등 국내 은행 5곳에서도 1000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대출 사기의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감원은 씨티은행을 검사하면서 국내 5개 은행에 점검을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적절한 심사를 했는지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다른 은행도 조사할 가능성이 있어 피해 액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중소기업이 물품납입 대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2001년 도입한 어음대체 결제제도다. 물품을 구매한 기업이 판매 기업에 어음 대신 채권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구매기업이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한다. 이를 통해 판매 기업은 현금회수 기간을 줄여 자금난을 벗어날 수 있다.

▲ [더스쿠프 그래픽]
매출채권을 이용한 사기대출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은행 내부통제시스템과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ㆍ감독이 비판을 받고 있다. 감사원이 이미 2년 전에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취약성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12년 1월 ‘어음대체결제수단 이용 대출 등 운영실태’ 보고서를 통해 금감원이 국내 은행의 부당ㆍ부적격 대출 취급 여부를 제대로 확인ㆍ점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은행이 세금계산서 등을 통해 실제 상거래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취급해 허위 대출신청 후 구매기업이 판매기업으로부터 대출금을 부당하게 되돌려 받는 등 부당ㆍ부적격 대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전자방식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의 취급 적정성 등을 철저히 확인ㆍ점검해야 한다”며 “국내은행이 기업 구매자금 대출을 부당ㆍ부적격하게 취급하는 일이 없도록 전자세금계산서 확인시스템 등을 구축해 대출의 적정성 확인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감사원의 시스템 개선 권고를 무시해 대형사고가 터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사의 대출 심사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대출 사기 사건에 휘말린 은행의 여신 심사과정이 허술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융업 관계자는 “대출의 기본인 여신심사 과정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대기업 납품업체라는 점만 보고 정확한 실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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