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발목 잡는 리스크

▲ 브라질 통화정책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사진=뉴시스]

브라질은 부활의 나래를 펼 수 있을까. 브라질 정부는 경제회복을 낙관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그널은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대한 수출량이 많다는 게 부담이다. 지출을 줄여 국고를 늘려야 하지만 대선,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그러기 쉽지 않다.

브라질 통화정책위원회(COPOM)는 최근 열린 2월 통화정책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1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COPOM은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헤알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4월부터 8차례에 걸쳐 3.5%나 인상됐다. 시장은 이번 정례회의에서도 1월과 같은 0.5%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으로 신흥국 리스크가 다시 부각돼서다. 인도ㆍ터키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브라질 역시 전월 수준의 추가인상이 불가피했다. 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둔화의 우려에 소비자물가(IPCA)까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자신감이 확산됐다. 무엇보다 2014년 브라질 정부의 재정계획발표를 통해 정부의 중립적 재정정책 스탠스가 확인된 것이 금리인상폭 축소에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통화정책만으로 인플레이션과 싸워오던 브라질 중앙은행(BCB)의 부담이 완화되면서 좀 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정책금리가 10%를 돌파하고 BCB의 긴축정책이 효과를 띠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통화정책이 가동되고 있다. 브라질의 통화정책 담당자들은 “계속되는 금리인상으로 성장 동력이 훼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책금리가 10%를 넘으면 긴축정책의 중단 시기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더스쿠프 그래픽]
이번 COPOM 발표문을 보면 일부 표현이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1월의 발표문과 거의 동일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금리인상 결정도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브라질의 통화긴축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연내 1~2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추가적인 외부충격이 없다면 적어도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은 서서히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BCB는 정부의 도움 없이 오로지 통화정책으로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했다. 매파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펴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로 중립적 재정정책 스탠스를 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선택 가능한 정책수단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BCB는 앞으로 국내 경제지표와 대외요건을 감안해 보다 유연한 통화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통화정책 사이클이 시작된 것이다.

브라질 매파, 힘 잃나

브라질 정부는 최근 2014년 재정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기업을 포함한 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9%의 흑자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해오던 정부가 중립적인 스탠스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라질은 경기부양을 위해 2011년 재정수지 목표를 GDP의 3.1% 흑자에서 1.9% 흑자로 낮춘 후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 [더스쿠프 그래픽]
그동안 브라질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상충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정부가 예상했던 투자촉진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기름값과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수입수요만 증가시켜 기대하던 경기부양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재정수지만 악화되는 효과를 낳았다. 게다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면서 물가도 불안해졌다. 브라질 중앙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공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했지만 정부의 세금감면과 보조금 증액으로 그 효과는 반감됐다.

정부가 공기업 투자규모 확대, 국영은행의 정책자금 대출 등 재정수지에 반영되지 않는 준準정부활동을 늘린 것도 통화정책의 효용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대선’을 앞두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해온 정부가 중립적으로 돌아서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충돌은 점차 해소될 공산이 크다.

브라질 정부가 2014년 재정계획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세입ㆍ세출 계획은 올해 브라질의 GDP가 2.5% 성장하면서 세입이 10.5%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가정 하에서 작성됐다. 이에 따라 세수부족이 예상되면서 정부계획의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브라질 정부가 2014년 제장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수부족이 예상되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영기업 매각과 같은 추가 수익이 없다면 정부가 재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출삭감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가 추가적인 지출삭감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정부 계획안에서도 포퓰리즘 성격을 지닌 보건복지와 교육예산은 전혀 삭감되지 않았다. 월드컵 준비를 위한 투자가 증가한 것도 지출통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날로 줄어드는 외환보유고

또한 최근 급격한 외환보유고 감소로 고통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로의 수출이 많다는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브라질은 자동차와 관련부품을 중심으로 전체 공산품 수출의 4분의 3 정도를 아르헨티나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올해 브라질 GDP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아직은 브라질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브라질 경제는 10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다시 한번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무디스는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려면 2015년까지 재정흑자를 GDP 대비 3%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정부의 낙관적인 세입ㆍ세출 계획을 실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확실해지는 올 연말쯤 신용등급 강등의 우려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브라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정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jungoh.na@truefri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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