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기업 3인방 ‘모바일 大戰’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IT기업 ‘3인방’이 모바일 시장에서 발톱을 세우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가입자가 가파르게 늘어남에 따라 사업의 초점을 ‘모바일 콘텐트’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세 기업 CEO들이 모바일 기업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대륙에 ‘모바일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 중국 IT기업의 경쟁이 모바일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미화텅 텐센트 회장, 리옌홍 바이두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사진=뉴시스]
올 2월 10일. 로이터통신은 뜻밖의 뉴스를 알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모바일 지도업체 오토네비홀딩스(오토네비)를 인수합병(M&A)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뉴스였다. 오토네비는 성명을 통해 “알리바바가 주당 21달러에 지분 72%를 주식예탁증권 형태로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가 제시한 인수가를 감안하면 오토네비의 가치는 16억 달러(약 1조7137억원)에 달한다. 알리바바가 오토네비 지분 72%를 획득하면 지난해 3월 인수한 28% 지분을 합쳐 오토네비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값비싼 모바일 지도업체 인수에 뛰어든 까닭이 뭘까. 몇가지 계산이 깔려 있다. 오토네비 투자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 모바일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점유율 1위 업체는 오토네비(31.3%)였다. 2위는 바이두(26.6%), 3위 구글(7.6%)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중국 최대 포털업체인 바이두는 알리바바의 경쟁사 중 한곳이다. 알리바바가 오토네비를 인수하면 모바일 지도 앱 시장에서 경쟁자인 바이두를 제치고 1위에 무혈입성한다.

▲ [더스쿠프 그래픽]
이를 통해 모바일 시장 진출이 쉬워지는 것도 이유다. 현재 중국 모바일 앱의 50% 정도는 위치기반 서비스, 다시 말해 모바일 지도와 연결돼 있다. 사용자가 1억7100만명에 달하는 오토네비를 인수하면 모바일 시장에서의 영토 확장이 수월해진다. 마윈 회장은 모바일 지도뿐만 아니라 최근 모바일 시장에서 영역 확장을 M&A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新浪微博 지분 18%를 5억8600만 달러(약 6469억원)에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는 “지난해 알리바바가 웨이보 지분을 매입한 건 스마트폰 고객을 확보하려는 중국 IT 대기업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의 IT 대기업들의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은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경쟁 구도가 두드러진다. 텐센트는 중국 국민 메신저 큐큐(QQ)로 기반을 다진 IT기업이다. 알리바바가 중국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면 텐센트는 현재 중국판 카톡 ‘위챗(We Chat)’으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위챗 사용자는 3억명 가까이 된다.

모바일 결제서비스로 승부수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최근 위챗에 커머스 기능을 더해 모바일 전자상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지난 중국 춘절 연휴 기간에는 위챗에 송금 기능을 제공했다.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전해 주는 중국 전통을 메신저에 고스란히 담은 서비스였다. 한번에 200위안(약 3만4800원)까지 주고받을 수 있게 했는데, 연휴 첫 이틀 동안 500만명이 서비스를 사용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바일 커머스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였지만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하던 마윈 회장에겐 충격적이었다.

알리바바그룹은 9억명의 회원을 확보한 결제시스템 알리페이와 모바일 메신저 라이왕을 보유하고 있다.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음에도 텐센트에 일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바일 메신저에 송금기능을 덧붙이는 발상은 천하의 마윈조차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윈은 텐센트의 세뱃돈 전략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위챗의 붉은 봉투 책략은 진주만의 공격과도 같았다.”

▲ [더스쿠프 그래픽]
알리바바가 지난해 말 위챗의 대항마로 라이왕의 모바일 매신저 앱을 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윈 회장은 라이왕 앱을 출시하고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위챗을 사용하지 않겠다. 나와 연락할 사람은 모두 라이왕을 이용해 달라.” 마윈 회장은 직원들에게 연말까지 라이왕 사용자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성과급은 없다는 으름장까지 놨다. 그럴 만도 했다. 라이왕은 2011년 이미 PC버전으로 출시됐었다. 하지만 출시 2년이 지났음에도 사용자가 100만명에 불과해 존재감이 미약했다.

마윈 회장이 라이왕의 정식 앱을 출시한 이유는 모바일 사업 강화를 위해서다. 모바일 상거래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텐센트에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몫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마윈 회장은 최근 모바일 서비스 관련 기업 인수에 열심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해 말 앱 분석 서비스 플랫폼 위멍友盟을 인수하는가 하면 콰이디다처快的打車라는 택시예약앱에도 투자했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 역시 뒤질세라 모바일 관련 업체에 과감한 베팅을 하고 있다. 마윈 회장과 마찬가지로 택시예약앱인 디디다처嘀嘀打车에 투자했다. 이들은 최근 택시예약앱을 이용해 결제하는 이들에게 페이백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모바일 기업 M&A로 영토확장

최근에는 레스토랑 평가앱인 디안핑에 4억 달러(약 4244억원)를 투자해 지분 20~25%를 확보하기도 했다. 2003년 4월 설립된 디안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월 9000만명이 사용 중으로 축적된 레스토랑 후기만 3000만건에 달한다. 중국 2300여개 도시 800만 가맹점이 등록돼 있을 정도로 콘텐트가 풍부하다. 위챗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거다.

▲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국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리옌훙 바이두 회장의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한다. 리옌훙 회장도 최근 적극적인 M&A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최근 올해 게임·음악·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M&A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앱스토어 업체 ‘91와이어리스’와 모바일 커머스 업체 ‘누오미’를 잇따라 인수해 모바일 사업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로이터는 “바이두가 ‘위챗’으로 앞서간 텐센트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며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대형 M&A를 계획하고 있어 인수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IT 업계에 정통한 플래텀 조상래 대표는 “올해 중국 IT시장의 화두는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세 회사”라며 “이들의 M&A 행보를 보면 삼국지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건은 스타트업 기업을 어떤 방식으로 인수해 이들 플랫폼에 끌어안느냐”라고 내다봤다. 중국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수는 2013년 초 4억2000만명에서 1년 만에 5억여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 IT기업이 모바일 시장에서 천하를 호령하겠다고 나선 건 당연하다. 모바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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