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노믹스의 위험한 경제콘셉트

▲ 2014년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됐다.[사진=뉴시스]
중국정부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7.5%라고 밝혔다. 대외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GDP 성장률의 하락만은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대내외적 사정이 신통치 않다. 글로벌 시장은 아직 침체의 늪에 빠져 있고, 중국시장은 ‘그림자 금융’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 리커창 총리의 ‘리커노믹스’가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지난 3월 5일 2014년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했다. 국무원 총리의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주요 정책의제 설정, 세부내용 논의, 예산심의가 전인대 기간에 진행됐다.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의 정보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중국의 주요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업무보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정책목표는 심화개혁과 민생개선으로 설정됐다. 주요 수치목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5%’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3.5%’ ‘실업률 4.6%’ ‘통화량(광의통화ㆍM2) 증가율 13.0%’ ‘소매판매 증가율 14.5%’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17.5%’ ‘재정 적자율 2.1%’ ‘대외무역 증가율 7.5%’ 등으로 제시됐다. 수치목표에선 GDP성장률을 포함한 대부분이 지난해와 동일했지만 고정자산투자 증가율과 대외무역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0.5% 낮췄고, 재정적자율은 0.1% 높였다.

2013년 업무보고는 원자바오溫家寶 전임 총리의 마지막 보고였기 때문에 차기 지도부에 정책운용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건의’라는 표현을 사용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책은 4기 지도부와 5기 지도부의 정책이 혼합된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전인대를 통해 집권 2년차를 맞은 리커창 국무총리의 색깔이 중국 경제정책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공산이 크다. 이른바 ‘리커노믹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전인대를 통해 나타난 리커노믹스와 올해의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첫째 중앙정부기능을 간소화하고 권한을 지방정부와 민간에 넘겨 시장의 역할과 민간자본의 참여를 활성화한다. 둘째 대내외 경제환경에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성장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서비스업 육성ㆍ금융업 개방ㆍ민생투자 등을 통해 성장을 유지한다. 셋째 정부가 나서야 할 민생보장ㆍ균형발전ㆍ발전방식전환과 구조조정ㆍ규제완화ㆍ대외개방 부문의 신속한 개혁조치를 실행한다.

2012년 정책목표는 민생개선과 구조조정, 지난해엔 지속적인 경제발전이었다. 올해의 목표는 개혁심화와 민생강조다. 이에 따라 2012년과 지난해보다 개혁이 강조될 전망이며 이와 관련된 정책집행과 제도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올해 추진하려는 개혁은 광범위하다. 행정부문에서는 심사승인 항목의 추가적인 감소와 하급기관 이양, 절차간소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정부문에서는 예산제도, 지방정부를 포함한 정부지출의 예산안, 지방정추 채권발행 등에 대한 개혁이 언급됐다.

 
세수부문에서는 영업증치세ㆍ자원세ㆍ소비세ㆍ부동산세ㆍ환경보호세 등의 개혁이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시장에선 금리자유화ㆍ환율변동성 확대ㆍ자본항목의 자유태환ㆍ민간자본의 민영은행 설립ㆍ다양한 자본시장 육성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유기업 개혁에서는 혼합소유제와 국유기업의 중앙정부 수익납부비율 조정이 언급됐다. 또한 철도 등의 부문을 민간자본에 개방하고 민간자본의 권리 강화를 위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인대가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

전인대의 업무보고를 통해 살펴본 올해의 정책은 시장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사례를 살펴볼 때 전인대를 포함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중국 증시의 중장기 추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최근의 제한적 등락 장세가 전인대를 계기로 바뀌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인대에 대한 증시의 기대가 크지 않은 만큼 호재의 노출이나 정책 실망감에 의한 차익실현 압력도 적을 전망이다. 하지만 업종별로는 차별적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전인대 개막일 통신ㆍ헬스케어 등의 독과점 업종이 하락했다. 이는 고정투자 목표를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간 소매판매 증가율 목표치는 14.5%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음식료ㆍ소프트웨어ㆍ리테일(백화점과 슈퍼마켓)ㆍ여행ㆍ반도체 등의 IT와 소비재 업종은 강세를 보였다.

또한 인터넷금융ㆍ온라인 여행ㆍ전자상거래ㆍ모바일인터넷ㆍ모바일 결제 등 인터넷 관련 테마들이 2~3% 정도 상승했다. 홍콩증시에서는 환경보호 강화로 태양광 관련주가 급등하고 화력발전관련주는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인대에서 밝힌 정부정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정책수혜가 예상되는 대중 소비주ㆍ전자상거래ㆍ인터넷 관련주ㆍ생태환경보호ㆍ에너지ㆍ자유무역구 관련 테마주ㆍ민영화 테마주(민영은행 민영의료 등)ㆍ신형도시화 관련 건설주 등에 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경제전망의 변수는 중국정부가 GDP 성장률을 지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느냐다. 일단 중국정부는 GDP 성장률을 7.5%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성장률 목표까지 낮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신흥국 금융불안이 올해 내내 지속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올해 대외무역 증가율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구조조정ㆍ소수민족 갈등ㆍ그림자 금융문제 등 대내적 불안요인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GDP성장률 목표를 낮출 경우 불안심리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계산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더욱 악화될 경우 지난해와 유사한 ‘미니부양책’을 사용할 전망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mattiaY@truefri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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