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가리지 않고 적당량의 음식을 골고루 먹자’는 의견에는 ‘채식과 육식 중 어느 것이 인간에게 유용한가’라는 질문이 감춰져 있다. 250만년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접시가 놓인 식탁 위 성찬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집어먹거나 잡아먹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 성장하는 아이들은 고기든 채소든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사진=뉴시스]
생존을 위해 먹거리를 능동적으로 찾던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란 칭호를 얻었다. 이런 맥락에서 육식의 필요성을 간과하거나 채식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 양질의 고기를 적당량 섭취해야 우리의 몸에 유용할 뿐더러 삶의 질도 높아진다. 채식주의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인간의 신체구조가 초식동물과 흡사해 채식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은 명백히 잘못됐다. 인간은 소나 말처럼 위가 많지 않고 되새김질을 하지도 않는다.

풀에서 에너지를 얻으려면 장시간 엄청난 양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풀 먹는 동물의 배는 남산?매?부르지만 인간은 호랑이처럼 날씬한 배를 가지고 있다. 또 초식동물처럼 입을 좌우로 맷돌처럼 움직이지도 않으며 장시간 앉아 풀을 씹어대는 습성이 없다. 장은 좁고 길기 때문에 섬유질이 꾸역꾸역 밀려들면 막히거나 터져버릴 것이다.

신新빙하기부터 고기를 먹기 시작했기 때문에 인간의 몸은 채식에 적합하다는 주장 역시 오류가 많다. 육식적합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채식주의자들과 달리 그 수가 많지 않다. 비만·심장병 등으로 육식을 피하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그들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인류가 큰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육식이 적합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하는데, 이들은 고기 없이 밥 못 먹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책이나 좀 팔았을 것이다.

접시에 풀만 담아내는 채식주의자든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는 육식 예찬론자든 그들의 주장에는 사리에 맞지 않는 것들이 복잡하게 혼재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육식예찬론자의 주장은 외면받기 십상이라는 거다. 반면 비타민도 부족하고 섬유질도 없이 포화지방만 잔뜩 들어 있어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는 고기를 끊자는 채식주의자의 말은 상당수가 공감을 한다.

그러나 포화지방이 심혈관계 질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건 맞지만 그것이 채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순 없다. 육류를 포함한 식생활의 개선이 평균수명을 늘리고 청소년의 체격과 체력을 키운 부분이 간과돼서도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이 열량이 높다고 육식을 멀리하고 생채식을 하는 건 삼가야 한다. 많은 먹거리 중 육류가 아닌 것만을 골라 먹고 사는 행위를 평생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음식을 넘치지 않게 골고루 먹는다면 충분히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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