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⑩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도 화(Anger)를 제대로 조절 못하면 위험(Danger)에 빠질 수 있다. 제아무리 능력 있는 리더라도 분노로 인해 마음의 노예로 전락하는 순간 고립무원에 처한다.

리더는 모름지기 ‘훈’으로 아랫사람을 다뤄야 한다. 사진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 ▲ [사진=뉴시스]
훈련과 사냥을 마친 징기스칸이 혼자 돌아올 때였다. 그는 10년째 어깨 위에서 첩보 역할을 하던 매와 함께 돌아오고 있었다. 이 매는 주인의 명령을 받으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주위를 둘러보게끔 훈련이 돼 있었다. 날이 더운 어느 날, 그의 손목을 떠난 매가 높은 곳에서 주위를 살피며 맴돌고 있었다. 목이 말랐던 징기스칸은 물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가뭄이 있었던 터라 모든 냇물은 바짝 마르고 없었다. 다행히 바위 가장자리 한쪽에서 물이 한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위를 보니 바위에 샘터가 고여 있는 것 같았다. 징기스칸은 말에서 내려 조그만 컵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곤 컵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려고 했다. 바로 그때 공중에서 휙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가 징기스칸의 손을 확 낚아챘다. 컵은 떨어졌고 물은 바닥에 쏟아졌다. 징기스칸은 화가 났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궁금했다. 위를 보니 바위 위쪽의 샘터 옆에 앉아 샘터를 향해 부리를 조아대는 매가 있었다.

징기스칸은 다시 물방울을 받기 위해 컵을 들었다. 물이 가득 차자 입으로 다시 가져갔다. 그렇지만 또다시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매가 컵을 낚아챘다. 징기스칸은 이때다 싶어 칼을 들고 매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매는 징기스칸의 발밑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고 동시에 컵도 깨졌다. 한때 애지중지하던 매였지만 그는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 물을 먹지 못한 징기스칸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바위 위쪽의 샘터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가까스로 올라간 샘터의 웅덩이를 본 징기스칸은 흠칫했다.
 
웅덩이 속에는 지독한 독을 품고 있는 커다란 뱀 한마리가 늘어져 있었다. 징기스칸은 갑자기 갈증이 싹 가시는 걸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칼을 휘두른 매의 모습을 떠올렸다. “내 생명을 구한 매를 내가 죽여 버렸구나.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징기스칸은 벼랑에서 내려와 매를 땅에 묻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사랑하는 매를 죽이면서 한가지 슬픈 교훈을 배웠다. 무슨 일이든 벌컥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갑자기 화를 내면 평정심을 잃어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과 마찰을 겪게 마련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분노할 노怒를 자세히 살펴보면 노예 노奴 밑에 마음 심心이 있다. 분노로 인해 마음의 노예가 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경영자 중 능력이 뛰어나고 밑에 직원들을 잘 챙겨 칭송을 받는 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화를 잘 낸다는 것이었다. 화가 나면 그의 입에서는 자연스레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뒤끝은 없어 곧장 풀어버리는 스타일이었지만 그의 밑에 있던 유능한 부하들은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 경영자 역시 급기야 고립무원의 신세가 돼 회사를 떠났다. 그를 떠난 한 간부는 이렇게 회고했다. “유능하고 성실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조그만 일에도 벌컥 화를 내며 육두문자를 쏟아냈습니다. 저도 처자식이 있는 가장입니다. 누가 그렇게 욕을 먹어가며 일을 하겠습니까. 회사가 인격의 대가를 보상 받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경영자는 모름지기 화가 나더라도 첫째 잠시 인내하고, 둘째 내가 왜 벌컥 화나는지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원인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고 훈訓으로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김우일 글로벌대우자원개발 회장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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