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9단 김영호의 Money Trend

콘텐트의 힘은 막강하다. 음식문화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다. 뉴욕은 미국드라마 등의 콘텐트 힘을 빌려 국내 디저트, 커피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커피전문점에서 베이글을 먹고 길거리에서 미국의 도너츠 전문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뉴욕을 타산지석 삼아 전 세계 도시의 유명한 음식문화를 국내에 들여오는 건 어떨까.

▲ 뉴욕 하면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특히 도너츠, 베이글이 떠오른다.[사진=뉴시스 제공]
뉴욕은 명실상부한 ‘음식 천국’이다. 뉴욕 시내를 걷다 보면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음식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뉴욕에서는 길에서 파는 음식조차 일정한 스타일과 격을 갖춰야 한다. ‘뉴요커들은 입으로 음식을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이유로 뉴욕의 셰프들은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 효과에도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뉴욕에서 얼마간 지내다 서울로 돌아오면 뉴욕의 화려한 색상과 탁월한 맛의 음식들이 뇌리에 박혀 한동안 잊어지지 않는다.

뉴욕에 매력에 빠져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녀오거나 유학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이른바 ‘뉴욕의 맛과 멋’을 한국에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미드(미국드라마)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이룬 ‘도가니(Melting Pot)’ 같은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가지 면만 보고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미국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특히 문화 콘텐트가 그렇다.

누구나 할리우드 영화나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는 미드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 콘텐트는 우리의 삶에 서서히 침입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입은 옷이나 아침식사 스타일 등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침투해 식탁과 거실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 콘텐트의 경우 한번 그 매력에 빠져들면 중독성이 강해 쉽사리 헤어나기 어렵다. 마치 K-팝에 매료된 동남아·남미·유럽의 열성팬들처럼 말이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미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층 입맛을 본격적으로 사로잡고 길들이기에 돌입한 듯하다. 예를 들어 2030세대를 위한 아침식사로 베이글·도넛·와플 전문점에 뛰어들고 있는 게 그렇다.

브런치 문화 갈수록 확산

특히 도너츠 시장에는 GS리테일(미스터도넛)·롯데리아(크리스피크림도넛) 같은 대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했다. 미국 토착브랜드 ‘도넛플랜트뉴욕시티’까지 가세하며 도너츠 시장을 넓혀가는 한편 최근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하라도너츠’까지 경쟁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베이글 시장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베이글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건 20년이 조금 넘었다. 이제 베이글은 커피전문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가 됐다. 최근 많은 커피전문점들은 커피값을 평균 이하로 책정해 고객을 유인하고 베이글이나 컵케이크 같은 음식 메뉴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브런치 문화의 확산과 무관치 않다.

브런치로 간단하게 커피와 베이글 등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식사를 우리는 ‘아점’ 영어로는 ‘브런치(Breakfast+Lunch=Brunch)’라고 한다. 이런 브런치 문화는 미국문화의 영향력이 컸다. 실제 브런치 문화가 확산되는 데는 미국 TV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큰 역할을 했다. 뉴요커 4명의 여주인공들이 요란하게 수다를 떨며 브런치를 먹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더 나아가 그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은 뉴욕의 패션과 스타일을 소개하는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이처럼 뉴욕의 라이프 스타일이 우리나라 식문화의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식품문화 관련 비즈니스에 뜻이 있다면 뉴욕문화에 소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자영업자 10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세계 유명 도시의 맛을 서울 혹은 대도시에서 선보이고 싶다면 아직 비어 있는 시장이 상당하다. 뉴욕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도시의 특별한 맛을 서울과 대도시의 소비자에게 선보인다면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