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안 주는 못된 집주인들

이사를 1주일 앞둔 당신.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새 주택의 계약금을 날릴 처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 등 법적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다. 방법은 없을까.

▲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거나 반환하지 못하는 처지라면 전세보증금을 보증하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사진=뉴시스]
올 4월초, 이사를 앞둔 A씨는 요즘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전세만기일이 다가오지만 전세보증금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집을 미리 계약한 A씨는 곧 잔금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기존 주택에 새 임차인은 들어오지 않고, 임대인은 여윳돈이 없다며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A씨는 “이러다 이사 갈 주택의 매매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만 고스란히 날리는 거 아닌지 조마조마하다”며 울상 지었다.

이사를 앞두고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해 낭패를 보는 전세거주자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임차인이 원하는 날짜(만기일 혹은 이사예정일)에 전세보증금을 반환받고 이사를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세보증금 반환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날 돌려받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임대인이 현금여력이 없어 만기일에 맞춰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더스쿠프 그래픽]
그런데 최근 임대인이 제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임차인이 이사갈 주택의 계약금을 날린 피해액을 전액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올 2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임차인이 사전에 이사 갈 집에 계약금을 걸어뒀다고 임대인에게 통지했는데도 제때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새 주택의 계약금을 날린 경우 임대인이 전액 손해배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률사무소 아이로이어 관계자는 “그동안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기 위해 불필요한 경제적ㆍ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계약해지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입은 계약금을 손해배상하라고 인정한 건 임차인의 권리를 인정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임대인이 만기일 이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때 임차인은 어떤 강구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우선 임차인은 전세계약기간 만기일 최소 1개월 전에 임대인에게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계약만료일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라는 뜻을 전달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것도 필수사항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이 이사를 가더라도 임차인의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대항력은 주택임대차 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주택ㆍ전세임차인이 제3자에게 자신의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고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임차인의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도 좋은 방법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다. 지급명령과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이다.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은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 조치다. 임차인은 주소지 관할 지방법원 민사과에 소장을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소장을 보낸 후 전세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 판결문과 집행문을 받아 강제집행할 수 있다. 강제집행이란 경매신청을 뜻한다. 경매로 낙찰 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유지하고 권리신고나 배당요구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신청을 하면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채무자에게 지급을 명령하는 재판이다. 전세보증금반환소송보다 절차가 간편하다. 민사소송법 462조~474조에 따르면 지급명령을 신청한 후 임대인이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확정되고, 그러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임대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본안소송으로 들어간다. 이후엔 전세보증금반환소송과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된다. 지급명령과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은 전세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발생하는 부담이 있다. 이사를 앞둔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대체할 수 있는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임대보증금반환자금보증과 임차권등기세입자보증이다.

▲ 전세보증금 반환 불안을 해소하고 싶다면 전입신고 후 전세보증금보험을 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진=뉴시스]
임대보증금반환자금보증은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도록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필요한 자금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고, 시중의 금융사가 대출한다. 임차권등기세입자보증은 임차인에 대한 보증제도다. 보증대상 조건은 부부합산 연간소득 7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임차보증금은 3억원 이내다. 최근에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입신고한 뒤 전세보증보험을 드는 경우도 있다. 시중에는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과 대한주택보증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 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서민의 전세 불안을 해소하고자 가입요건을 완화하고 보험요율을 인하했다”며 “보험마다 규정하는 가입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조건을 따져본 후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직접 구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수수료를 아끼고 싶다면 온라인 부동산카페를 활용하라”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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