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사람은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본다. 그래서 동일한 사물을 보고 다른 감정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를 나쁘게만 볼 순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은 다양할 테니까….

▲ 세상에는 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세 친구가 길을 걷고 있었다. 한 친구는 미용사, 한 친구는 성형외과 의사, 나머지 한 친구는 설계사다. 미용사인 친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 모양, 성형외과 의사인 친구는 행인들의 생김새, 설계사인 친구는 새롭게 건설된 육교의 모양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각자 다른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필자도 세상을 법률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는 버릇이 있다.

질문 Ⅰ 실종 항공기 나타나지 않으면…

얼마 전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MH 370기가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선 실종 항공기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유명한 주술사까지 동원했는데, 그 주술사는 “보잉 MH 370기는 지금 지상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 건지 설이 무성하다. 한편에선 북한 납치설, 다른 세계로의 증발설 등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는다. 그러면서도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만약 비행기가 영원히 나타나지 않는다면 항공사가 유가족들에게 배상을 해줘야 할까?”

질문 Ⅱ 후쿠시마 골프장의 고민

몇년 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하다고 뽐내던 일본 원전도 쓰나미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누출된 방사능이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안전한가. 중국은 지금도 많은 원전을 건립하고 있다는데 괜찮을까. 인류의 안녕을 나름 거창하게 걱정하다가 생각이 다시 ‘일’ 쪽으로 돌아선다. 후쿠시마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국 사람이 자문을 구한 내용이 생각난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평생회원권을 800만원에 분양했는데, 원전사고로 더 이상 고객들이 골프장을 찾지 않게 됐단다. 이럴 때 골프장 측은 평생회원권 값을 돌려줘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골프장 잘못도 아닌데 회원권 값을 돌려줄 필요가 있는 것인가”

질문Ⅲ 온난화로 토지가 물에 잠기면…

신문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2100년에는 우리나라 국토의 4.1%가 바다에 잠긴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4149.3.km² 특히 인천은 전체 면적의 45.5%가 바다에 잠긴다고 한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그 결과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이다. 또다시 의문이 생긴다.

▲ [더스쿠프 그래픽]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는 부분은 어찌되는 건가. 일단 대학에선 ‘바다에 인접한 토지가 수면 아래로 침수돼 원상회복되지 않고 바다의 일부가 되면 토지의 소유권은 영구적으로 소멸한다’고 배웠다. 그렇다면 물에 잠기는 토지의 소유자는 어떻게 되는 건가, 국가에게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이들을 구제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 걸까. 모든 사건이 필자의 눈엔 ‘법률’로 보인다. 어쩌면 자신만의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것도 조금은 필요할지 모른다. 각 분야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다양한 렌즈로 바라본 세상은 ‘장관’일 테니까…. 그리고 그런 장관을 공유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테니까….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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