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개혁하고 싶다면…

▲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감독체계와 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대형 금융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이참에 금융감독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감독기구를 제아무리 잘 개편해도 ‘모피아’가 살아 있는 한 뾰족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모피아가 ‘금피아(금감원+마피아)’ 또는 ‘소피아(소비자보호원+마피아)’로 변신하는 건 시간문제라서다.

2003년 ‘카드대란’, 2009년 ‘키코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 사태’, 2014년 ‘카드3사 고객 정보 유출 사태’ ‘KT ENS 대출사기’. 대형 금융사건이 고구마 줄기 따라오듯 잇따라 터지고 있다. 잊을 만하면 또 터지는 형태다. 금융감독은 걷고 있는데, 금융사기는 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학계에서 금융감독체제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김기준ㆍ민병두ㆍ이종걸ㆍ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공동주최한 ‘모피아 개혁과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필요성’ 토론회가 3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무엇보다 금융감독기관이 감독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기준 의원은 “대형 금융사고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시장이 보내는 불안신호를 방치하고 있다가 사고가 터지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때만 특별대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당국의 땜질식 처방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헌 숭실대(금융학) 교수는 “정부정책의 쏠림현상으로 금융감독이 독립성을 상실했고 내부통제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1999년 은행ㆍ증권ㆍ보험감독원이 통합 출범한 이후 여러 차례 개편 시도가 있었지만 감독체계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 건전성 보호가 소비자 보호를 압도하고 있다”며 “금융의 신뢰성이 더 망가지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기구가 정치권과 정부로부터 규제ㆍ감독ㆍ예산ㆍ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업무 분리를 통한 독립성 확보가 시급다고 의견도 많았다. 정용건 전 사무금융연맹위원장은 “금융시장의 어려움은 금융정책으로 풀어야지 감독기구가 시장과 교감해선 안 된다”며 “감독기구의 역할은 문제가 있는 금융기관의 시장진입을 막는 규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금융소비자원을 독립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가 건전성 감독(금융감독원)에 종속돼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정용건 전 위원장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기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강화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는 금융감독원으로 대표되는 건전성 감독기능으로부터 분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금융감독기구를 제아무리 잘 개편해도 ‘모피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뾰족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우리나라 금융정책은 정권도 기업도 국민도 아닌 모피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모피아의 끊임없는 확대와 자리보전의 역사가 금융정책의 역사”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전히 금융권에 모피아의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정부가 얻은 것은 상정적인 의미밖에 없고 실제로 득을 본 건 모피아”라고 강조했다. 제도개편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거다. 새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모피아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금피아(금감원+마피아)’와 ‘소피아(소비자보호원+마피아)’란 권력집단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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