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공복감은 무가공 음식을 먹으면 해소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200여년 전 캐나다의 한 상점에서 28세 남자가 1m 거리에서 쏜 총에 맞았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와 횡격막은 찢어졌으며 위를 관통한 구멍이 얼마나 컸던지 복부 구멍으로 음식물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생존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생 마르탱은 보몬트라는 의사의 극진한 치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보몬트라는 의사는 뛰어난 의술만큼이나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왕성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환자의 옆구리 구멍을 통해 위장의 움직임을 관찰해 볼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생 마르탱은 새살이 돋아나기는 했지만 옆구리와 위에 뚫린 구멍이 완전히 메워지지 않은 채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그 의사가 생 마르탱의 옆구리 구멍을 들여다보며 관찰한 세월은 무려 8년이다. 두 사람의 황당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음식물의 소화와 대사에 대해 몇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몬트가 실험용 인간에게 최초로 행한 실험은 엉뚱하기 그지없다. 낮 12시가 되자 보몬트는 명주실에 각종 음식(쇠고기ㆍ양배추ㆍ빵조각 등)을 매달아 환자에게 밥을 주었다. 생 마르탱의 위에 뚫린 구멍에 실에 매단 음식을 집어넣는 방법으로 말이다. 실의 한쪽은 마르탱의 몸 일부분에 견고하게 묶어 놓았다. 나중에 줄을 당겨 위액 속에 담겨 연동운동으로 변화된 음식물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몬트가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무엇일까. 음식물이 들어있지 않은 위는 위벽의 주름이 서로 겹친 채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쉬고 있던 위가 느린 반응을 보인다. 주름이 부드럽게 고깃점을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위벽에 음식이 닿자 위는 밝은 빛과 함께 매끄럽고 윤이 나는 미세한 반점을 무수히 나타낸다. 이윽고 반점의 꼭지에서 투명한 점액질이 폭발하듯 흘러나와 위벽 전체를 덮었다.”

보몬트는 8년간의 간헐적 실험을 통해 몇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첫째는 ‘음식은 부드러울수록 더 빠르고 완전하게 소화된다’는 것이다. 고기도 부드럽고 작게 조각났을 때 신속하게 분해됐다. 가공돼 표면적이 증가할수록 우리가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생감자 조각은 위액에 노출됐을 때 완전한 저항성을 나타냈기 때문에 소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많은 다이어터가 명심해야 할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이어트 최대 적인 공복감을 저항이 심한 음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공이 안 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성공 요건이라는 얘기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마르탱은 밭에 나가 일을 했다고 한다. 자신을 살려준 대가로 평생 실험 대상이자 잡역부로 살아야 했던 그는 85세에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고 난 후에도 연구용 등으로 그의 위를 원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유족들은 그의 시신을 며칠간 방치해 부패시킨 후 땅속 깊숙이 묻어 버렸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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