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인사담당자 3人의 고민

▲ 낮은 임금, 지방 근무, 열악한 근무환경.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는 이유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인다. 답은 간단하다. 중소기업에 취직하길 희망하는 청년이 거의 없다는 거다. 이유는 크게 네가지다. 낮은 임금, 지방 소재, 열악한 근무 환경,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평판이다. 현대차가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중소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중소기업(현대차 협력사) 인사 담당자의 속내를 들어봤다.

올 2월 청년 실업률 10.9%. 2000년 1월 11%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지적한다. 청년들이 낮은 임금수준, 열악한 근무환경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에 들어가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에 취직하더라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약 30%에 이른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3년 중소기업의 평균 인력부족률은 9.6%다. 인력 부족률이란 필요 인원을 현재 인원과 필요 인원의 합으로 나눈 값[필요인원÷(현재인원+필요인원)]이다. 현재 7명이 근무하는 기업에서 직원 3명이 필요하다면 인력부족률은 30%다. 기업 규모별 인력부족률을 보면, 1~5인 기업은 26.2%, 6~10인 기업 20.1%, 11~50인 기업 11.1%, 51~100인 6.9%, 101~200인 4.6%, 201~300인 기업은 2%다.

지방 소재 기업 ‘인재난’ 가중

이런 상황에서 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나섰다. 수백개의 협력사로부터 자동차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다. 3월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차 협력사 채용박람회. 184개 업체가 참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력사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장을 마련했다”며 “협력사가 유능한 인재를 뽑고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현대차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람회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유성기업.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달성했다. 근로자는 800명에 달한다.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회사다. 1988년 증권시장에도 상장했다.

그럼에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지원하는 이들이 드물다. 거리적인 문제도 있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은 보통 지방에 본사 또는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유성기업 역시 서울 사무소가 있지만 본사는 충남 아산에 있다. 서울에 거주한 인력을 뽑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유성기업은 본사에 기숙사를 두고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박람회 현장에서 채용을 담당한 박형진 기술영업부 사원은 “회사가 구직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하는 사람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대차는 알지만 우리 같은 협력사는 내실이 튼튼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유성기업의 경영기조는 ‘성장’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올해에는 공채를 통해 대규모 인력을 뽑지 않는다. 결원이 생기면 상황에 맞춰 수시로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엔진ㆍ변속기 등 자동차 시험 장비를 제작하는 에이앤지테크놀로지의 박재호 기술영업부 부장(인사 담당자)은 유능한 인재를 찾는 게 힘들다고 토로한다. 에이앤지테크놀로지(고용 인원 100명)는 올해 신규 채용 3명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80~90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막상 이력서를 보면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게 박재호 부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수십명이 지원했는데, 서류 전형 이후 면접을 볼 인원을 추려 내니 4~5명밖에 남지 않았었다. 지원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전문지식을 지닌 인력이 얼마나 오느냐가 더 중요하다.”

낮은 임금도 중소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뽑는데 걸림돌이다. 그나마 완성차 부품 협력사는 다른 중소기업에 비해 연봉이 높은 편이다. 박재호 부장은 “매출 500억원을 올리는 중소기업의 연봉이 수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보다 적은 것은 당연하지 않냐”며 “구직자들의 눈이 너무 높아져 요구조건을 다 들어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람회에 참석한 금창의 이금석 관리부 총무과장(인사 담당자)은 “채용을 할 때마다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금창은 자동차 시트 프레임, 시트 쿠션을 만드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 직원수는 290명이다. 본사는 경북 영천에 있다. 그는 “일이 힘들어서 이직률이 높다”고 말했다. 금창의 이직률은 70~80%. 사람을 뽑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뽑은 사람 대부분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이다. 채용 이후 중소기업이 겪는 두번째 문제다.

금창은 평일에 연장근무를 하는 날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이 저녁 7시30분께 퇴근한다. 토요일(오전 8시~오후 5시)에도 근무한다. 이금석 과장은 “중소기업 대부분은 하청업체”라며 “납품기일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회사 사정상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량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설비를 늘리거나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의 현실상 그게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신 기존 인력에게 돌아가는 일이 늘어난다.

실제로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중소기업 대부분은 이직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더스쿠프가 15개 업체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직률은 평균 30~40%로 나타났다. 10명을 신규 채용하면 2~3명은 1년 안에, 2~3년 동안 실력을 쌓은 직원 2명은 지금보다 좋은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영진 입장에선 남은 5~6명을 데리고 회사를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이직률이 더 큰 고민거리

3개 기업의 사례처럼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는 이유는 크게 네가지로 요약된다. 낮은 임금, 지방 근무, 열악한 근무 환경,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주변 시선과 구직자의 높아진 눈높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우리는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원하는데 정부는 청년인턴제 등 신규채용 쪽으로만 맞춰 채용부문을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정책인데, 정작 중소기업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 사진은 3월 2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차·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 [사진=더스쿠프 포토]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인데, 정부가 3년 안으로 80%까지 가도록 만들겠다는 등의 목표를 세우고 중소기업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괜찮은 중소기업도 많지만 구직자가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보다 많이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동시에 인턴제 등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더욱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종각 고용정보원 고용조사분석센터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를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 거래를 줄여 중소기업이 제대로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이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대기업~중소기업~근로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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