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업구조 개편 ‘왜’

삼성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3월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을 발표했고, 4월 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을 결정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간 사업을 정리해 시너지 효과를 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한다.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업業의 재편에 ‘후계구도 밑그림’이 깔려 있다는 거다.

▲ 삼성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후계구도 밑그림과 연관돼 있다는 시각이 많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2013년 9월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 삼성에버랜드, EH급식ㆍ식자재 부문을 삼성웰스토리로 물적분할. 건물관리사업은 에스원으로 이관. 2014년 3월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결정. 4월 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 결정.’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2차전지ㆍ디스플레이 생산업체 삼성SDI와 소재전문기업 제일모직을 합병한 건 놀랄만한 소식이다. ‘글로벌 초일류 소재ㆍ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서다. 두 기업은 합병으로 자산총액 15조원의 대형사가 됐다.

그렇다면 삼성그룹의 사업재편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계열사는 어디일까.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꼽았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를 나눠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사주도 보유하고 있어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의 시발점이 두 계열사에서 비롯된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수종 사업에서 2차 전지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I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계열사간 합병 혹은 구조조정 등으로 보유지분 가치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종권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업재편이 비슷한 유형의 계열사를 묶는 고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SDI(제일모직)ㆍ삼성전기ㆍ삼성디스플레이, 삼성생명 아래에 삼성화재ㆍ삼성증권ㆍ삼성카드,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엔지니어링ㆍ삼성종합화학 등 산업재 기업들이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삼성전자ㆍ삼성SDIㆍ삼성물산 3각편대는 후계구도와 맞물린다. 삼성그룹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와 금융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ㆍ건설ㆍ중화학을, 이서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을 경영하는 3세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두가지 흐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첫째는 삼성물산ㆍ삼성엔지니어링ㆍ삼성중공업ㆍ에버랜드 계열사 네곳으로 흩어져 있는 건설부문의 향배다. 건설은 이부진 사장 몫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결정된 건 없다. 최근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매입을 시작하면서 건설부문도 계열 정리작업이 시작됐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둘째는 삼성에버랜드다. 에버랜드는 삼성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25%를 확보, 1대 주주로 있고 이건희 회장의 장녀와 차녀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리조트ㆍ건설 부문과 패션부문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에버랜드에 대해 8.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버랜드의 사업 분할과 상장을 통해 후계구도가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에버랜드가 지주사를 맡고, 삼성생명이 금융 중심의 중간 지주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삼성은 에버랜드를 시작으로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 그리고 다른 계열사를 통해 다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구성돼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의 사업부간 지분을 정리하면 향후 후계구도를 만들고 지분을 상속하는 과정이 용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현 기자 Lk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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