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가 만난 프랜차이즈 CEO | 김현준 평안도찹쌀순대·정동국밥 회장

강남역 7번 출구 할리스커피 뒷골목.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거리다. 이곳에 10년 넘게 줄을 서서 먹는 가게가 평안도찹쌀순대다. 2003년 6월 오픈했으니 벌써 횟수로 11년째다. 순대는 이북 평안도식. 익히지 않은 생찹쌀과 야채를 섞어 만든다. 삶는 것은 두 번. 그래야 찹쌀이 익으면서 쫄깃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끓이는 온도도 중요함은 당연하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까. 이런 우문愚問에 김현준 회장은 현답賢答으로 맞받아친다.

▲ 김현준 회장은 프랜차이즈 사업도 정정당당히 해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음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최고의 식재료를 사용한 만큼 맛도 최고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객의 1원도 소중히 아끼는 프리미엄 순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어요.” 김현준 회장은 1954년생이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CEO들에 비하면 나이가 많다. 하지만 열정은 대단하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정정당당하다면 두려울 게 없고,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그의 이런 뚝심은 가맹점을 내달라는 수많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현준 회장은 젊은 시절 건설업을 운영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파고는 그에게 시련을 안겼다. 모든 것을 놓은 상태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에 생각난 것이 음식이었다. 그중 순대에 마음이 갔다. “순대는 한식이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죠. 특히 이북 순대는 담백하면서 깔끔해 매력을 느꼈죠.” 전국의 잘 되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배우기 시작했다. 평안도식 찹쌀순대 노하우를 가진 종업원들도 채용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종업원과의 노하우 공유다. 일반적으로 노하우는 며느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공유를 선언했다. 함께 배우고 함께 맛 개발에 들어갔다. 2003년 순대국밥으로 대한민국 대표상권인 강남에 매장을 오픈했다. 강남점은 오픈 후 월 매출 1억원을 넘을 정도로 대박집이 됐다. 이에 힘입어 2005년 흑석동 중대점을 포함해 4개의 직영점을 잇따라 오픈했다. 여기서 그에게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직영점 4곳에서는 각자 순대를 만들고 육수를 만든다. 
 
그러다 보니 손이 많이 갔다. 어떤 때는 맛에도 변화가 생겼다. “통일된 레시피가 필요했어요. 물류공장 한곳에서 모두 만들어 제공하면 통일된 맛을 유지할 수 있고 직원 관리도 용이하다고 생각했죠. 문제는 돼지고기 육수가 냉동을 하면 잡내가 난다는 점이었죠.” 2007년 물류공장 설립을 계획했지만 2010년에야 이뤄졌다. 냉동할 육수를 개발하는 데 3년이나 걸린 것이다. 끓이는 온도, 시간, 걸러내는 방법 등을 수없이 반복했다. 모두가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뚝심은 대단했다.

결실은 2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맺었다. 대량 생산했을 때에도 방금 끓인 것처럼 맛 유지가 가능해진 것. 탄력을 받은 그는 파주에 공장을 마련했다. 시설은 HACCP 인증을 받았다. 매장에서의 조리가 간단해지면서가맹사업 문의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안도찹쌀순대의 가맹점은 현재 8개다. 많이 생겼을 것 같은데 숫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브랜드,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장사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찾아오면 가맹점을 내주지 않았다.” 그의 뚝심이 창업시장을 달구고 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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