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얼린 소비세 인상

일본이 17년 만에 소비세를 올렸다. 이번 인상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경기가 더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증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외국인이 ‘셀 재팬(Sell Japan)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각종 복지·재정정책으로 늘어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4월 1일 소비세율을 현재 5%에서 8%로 인상했다. 이번 소비세 인상은 1997년 이후 17년 만이지만 전망은 어둡다.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세를 인상하면 경기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를 막기 위해 고용주들에게 임금 인상을 부추기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저렴한 가격에 소비하려는 선先수요가 늘었는데 이 때문에 앞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일본 소매업체들은 가격인상을 하거나 인상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다. 엔저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음식료·커피·담배·택시요금 등 생활과 밀접한 상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거나 향후 인상 계획을 공표하고 있다. 가계 입장에서 보면 소비세 인상의 영향력을 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 내수 관련 심리지표도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경기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할 수 있는 직업군을 대상으로 일본 내각부가 조사·발표하는 경기관측지수(경기 Watcher지수)는 올 1월에 이어 2월에도 연속 하락했다. 이는 소비세 인상 전부터 소비심리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본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증시는 외국인이 이끈다.
 
3월 20일 기준 일본 현물이 거래되는 도쿄증권거래소 매매대금의 73%, 주가지수선물이 거래되는 오사카거래소 매매대금의 79%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반면 파생거래를 제외한 투자펀드·주식 등 금융자산에서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보유비중은 16.4%에 불과하다. 일본증시가 외국인에 의해 쥐락펴락되고, 그 결과 수급적인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일본 소비세를 앞두고 바겐세일을 진행 중인 도쿄의 한 대형마트.[사진=뉴시스]
실제로 소비세 인상 등으로 내수시장 침체가 예상되자 일본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세’로 돌아섰고, 이는 일본 증시 부진을 이끌고 있다. 흥미롭게도 외국인을 매도세로 돌아서게 만든 ‘소비세 인상책’을 추진한 주체와 외국인을 일본 증시로 끌어들인 주체가 똑같다는 거다. 바로 아베 정부다. 외국인 매매가 일본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베노믹스가 선언된 2012년 이후 극대화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받던 일본 증시는 공격적인 양적완화 조치와 함께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2012~2013년 외국인의 일본증시 매수액은 17조9500엔에 달한다. 지난해 매수액은 15조1200엔으로, 2002~2012년 순매수 평균(4조엔)의 네배 가까운 규모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수로 닛케이225 지수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닛케이225지수는 2012년 22.9%, 2013년 56.72%의 연간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증시 57개 중 각각 13위와 4위를 기록하며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증시로 발돋움했다.

日 외국인, 차익 실현 나서

그런데 올해 들어 일본증시는 외국인 매매패턴 변화에 따른 역풍을 맞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초부터 지속적인 매도를 이어가며 시장의 하락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 3월 둘째주에는 2002년 이후 최대 금액(주간 단위)인 9800억엔을 순매도해 단숨에 닛케이 평균을 1조4500엔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지난해 외국인 순매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신뢰도가 약화되고, 소비세 인상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 매도행렬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극대화된 엔저효과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기업실적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매수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일본(MSCI Japan)의 이익모멘텀도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12개월 선물환율 주당순이익의 전년 대비 변화율이 2월 말 8.1%로 떨어져 처음으로 한자리대로 진입했다. 특히 단기 이익모멘텀을 보여주는 1개월 변화율은 2012년 말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는 주식·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이 당분간 일본 주식시장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을 단행한 아베정부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kmlee337@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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