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카카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시작한 전형적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이다. 카카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플랫폼으로 전환을 꾀했다. ‘콘텐트 마켓’이라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그로부터 1년, 카카오의 도전이 벽에 부닥쳤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한계를 드러냈고, 카카오 페이지는 부진에 빠졌다.

▲ 증권가는 카카오가 시장의 혹독한 테스트를 어떻게 통과할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카카오가 표방한 모바일 플랫폼 사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한편에선 ‘플랫폼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모바일 업계 안팎에서 지난해부터 흘러나온 ‘위기설’이 카카오를 감싸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카카오톡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이지만 불과 3년 만에 가입자 1억명을 확보했다. 성공을 이끈 것은 ‘카카오 게임하기’다. 2012년 8월 출시한 카카오 게임하기는 카카오톡에 게임 콘텐트를 추가한 것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해 카카오가 거둬들인 수익은 461억원에 달한다. 덕분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은 수익성이 약하다’는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카카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서비스를 다각화했다. 기본 축인 메신저(카카오톡)에 기프티콘ㆍ광고ㆍ음악ㆍ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카카오는 전형적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났다. 그런 카카오가 최근 기로에 섰다. ‘플랫폼 가치를 증명하느냐’ ‘플랫폼의 한계를 드러내느냐’ 갈림길에 놓인 것이다.

 
혹자는 내년 5월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에서 카카오의 위기론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괜한 우려가 아니다. 카카오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증권가는 IPO를 앞두고 카카오에 닥친 ‘시장의 혹독한 테스트를 어떻게 통과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의 시각은 이렇다. “카카오가 전형적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에서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을 꾀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그런 만큼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할 경우,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그렇다면 카카오를 흔드는 진원지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카카오를 성공의 반석에 올려놓은 카카오 게임하기다. 카카오 게임하기에 대한 사용자의 충성도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리서치 컨설팅업체 아틀라스 앱 인덱스가 조사한 카카오 게임하기의 DAU(일별 실제 이용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 연말부터 대부분의 카카오 게임 DAU가 감소했다. DAU는 게임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의미있는 지표다. 하루 단위로 데이터를 보면서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시장에서 힘을 잃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위기론

수요가 줄면 공급이 줄게 마련이다. 이 공식은 카카오에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대형 게임개발사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한 모바일 게임을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하지 않고 있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와 넥슨은 최신작 모바일 게임을 카카오에 입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출혈이 있다면 다시 입점할 텐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넥슨은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하지 않고도 출시 3일 만에 플레이스토어 10위권에 입성했다.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100만건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플랫폼이 대거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네이버의 폐쇄형 SNS 밴드다. 밴드는 입점 게임개발사에 5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입점기준도 완화하고, 네이버 광고 노출 등 마케팅 지원까지 약속했다. 게임시장에 뛰어든 라인(국내), 페이스북과 위챗(해외)도 경쟁자다. 눈에 띄는 것은 경쟁업체의 가입자 규모다. 카카오톡과 경쟁하는 라인의 가입자는 올 4월 4억명을 돌파했다. 글로벌 페이스북은 12억명, 위챗은 6억명이다. 가입자 1억명을 확보한 카카오와는 최대 12배가 차이난다.

게임업계는 이런 양상을 주시하고 있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일부 게임업체는 카카오를 벗어나 라인이나 페이스북과 손을 잡고 있다”며 “시장이 게임개발사의 카카오 게임하기 이탈현상을 민감하게 해석하는 건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당면한 위기는 게임만이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카카오 페이지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카카오 페이지는 누구나 콘텐트를 제공하고,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4월 카카오가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다운로드 수는 350만건에 불과하다. 문제는 카카오 페이지의 성공 가능성이다. 카카오가 선언한 ‘100만 파트너가 상생하는 콘텐트 마켓’이 국내시장에선 실현되기 어렵다.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국내 이용자들은 유료 콘텐트를 구매한 경험이 부족하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우수한 콘텐트도 많지 않다.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카카오 페이지를 이렇게 분석했다. “카카오는 카카오 페이지를 앱스토어와 같은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테면 이용자가 콘텐트를 구매해야 우수한 콘텐트가 더 많이 생산되고, 이런 콘텐트가 많아져야 이용자의 구매가 늘어난다. 그런데 카카오 페이지에는 선순환을 이끌어낼 촉매제가 없다.” 이용자가 유료 콘텐트를 구매한 경험이 없다면 콘텐트를 소비할 만한 동기를 줘야 하는데, 카카오는 플랫폼만 만든 후 시장에 맡기는 패착을 저질렀다는 거다.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의 재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한 인터넷 기업의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카카오가 가능성을 인정받은 건 카카오 게임하기가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카카오 게임하기 열풍이 시들해진 지금, 이 게임의 성공이 카카오의 힘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게임 자체에서 기인한 건지 원인을 찾고 있다. 만약 게임 때문에 카카오 게임하기가 떴다는 분석이 나오면 카카오에 좋을 게 없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생존

그렇다면 카카오는 위기일까. 업계의 반응은 두가지다. ‘국내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와 ‘해외시장에서는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가 국내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모바일 게임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다. 모바일 앱 분석서비스 앱랭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모바일 게임의 DAU는 1518만으로 전월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카카오 전체 가입자의 37%가 국내 사용자이고, 여기서 대부분의 매출 대부분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통을 겪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카카오가 유료 콘텐트 저항이 심한 국내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 이석우 공동대표, 김범수 의장, 이제범 공공대표(왼쪽부터)가 카카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카카오 페이지의 경쟁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가 해외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한다면 가능성은 있다. 카카오는 게임을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얻고 있지만,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제ㆍ저작도구ㆍ장터ㆍ사진ㆍSNSㆍ광고ㆍ론처 등 다양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카카오가 전형적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에 머물지 않고 수익모델을 다각화한 데 따른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의 혹독한 검증은 남아 있지만, 카카오가 꾸준히 사업 포토폴리오를 확장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시장이 정체라고 해도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카카오는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본에서 야후재팬과 합작해 카카오재팬을 운영하고 있고, 카카오톡 PC버전도 해외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적으로 보면 위기인 듯하지만, 다양한 서비스로 플랫폼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저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때 발휘된다. 카카오는 반전을 꾀할 때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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