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위기설 진짜인가

 
중국 경제 안팎에서 이상신호가 새어 나온다. 기업 디폴트가 잇따르고 뱅크런 사태까지 터져서다. 한편에선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우려된다며 경고 시그널을 울린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중국 금융위기설은 과장됐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쇼크에 큰코를 다쳤던 국제금융시장이 ‘실체 없는 공포’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스쿠프가 중국 금융위기설의 실체를 분석했다.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집중됐다.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디폴트가 발생한 기업은 중국 상하이上海의 태양광 업체 차오르超日 태양에너지과학기술유한공사다. 차오르는 2012년 발행한 10억 위안의 5년 만기 채권 이자 8980만 위안을 갚지 못해 3월 7일 부도를 맞았다. 디폴트 사태는 꼬리를 물었다. 14일에는 산시성山西省의 최대 민간 철강기업인 하이신철강이 만기가 도래한 은행 대출금 상환에 실패해 부도 처리됐다. 17일에는 저장성浙江省의 ‘싱룬 부동산’이 부채를 갚지 못해 무너졌다. 싱룬 부동산은 35억 위안의 채무를 갖고 있었다.

국내를 비롯한 세계 언론은 ‘디폴트 도미노 사태’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부동산•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기업 4111곳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상장 비금융사가 256개에 달해 연쇄 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런 사태도 발생했다.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에 위치한 ‘서앙射陽농촌상업은행’ 지점에선 4월 24일부터 3일 동안 1000여명의 예금주가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몰렸다. 옌청 시장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나서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어둡다. 디폴트 사태가 이어지면서 기업에 대출을 해준 은행이 지급불능에 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다.

중국이 흔들린다. 각종 경제지표는 부진의 늪에 빠진 지 오래다. 중국의 3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48.1을 기록했다. 시장전망치(48.7)는 물론 올 2월 48.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해 7월 47.7을 기록한 이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기준선인 50을 3개월 연속 밑돌고 있다.

▲ 기업 디폴트와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출도 하향세다. 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1%나 줄어들었다.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230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여기에 위안화 약세전환, 부동산 가격 하락, 기업 디폴트 사태, 은행 뱅크런 등이 겹치면서 중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편에선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는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걸까. 전문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거다. 무엇보다 회사채 디폴트 사태가 잇따르고 있지만 규모가 너무 작다.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우려

중국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112억 달러다. 제법 규모가 큰 듯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회사채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의 GDP 대비 회사채 발행 잔액은 9.1%에 불과해서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회사채 시장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성장한 건 사실”면서도 “하지만 경제규모와 비교했을 때 회사채 시장은 결코 큰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민간기업의 회사채 비중은 더 낮다. 2013년 GDP 대비 민간기업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3.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12.9%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김진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환보유고 대비 중국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7.4%”라며 “한국의 48.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는 “발행한 회사채의 평균 신용등급이 같다고 가정하면 중국의 회사채 위험도는 한국보다 낮다”며 “기업의 디폴트 사태 발생이 채권시장과 중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여건도 다르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에 큰 제약이 없지만 중국은 상장된 회사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디폴트 사태가 발생한 상하이차오르 기업은 중국정부가 특별관리대상(*STㆍSpeci al Treatment)으로 분류한 기업이다. ST종목은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냈거나 주당 순자산이 1위안이 안 되는 종목을 뜻한다. 특히 ‘*ST’는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한 곳이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상하이ㆍ선전深ㆍ종합지수에 포함된 *ST 종목은 49개에 달해 추가적인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정부 구조조정에 따른 한계기업 정리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 소장은 “특별관리대상 종목이 부도가 난 것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을 말하긴 어렵다”며 “중국의 금융위기가 발생하려면 디폴트 사태와 함께 금리가 폭등해야 하지만 중국의 금리는 되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3월 24일 발생한 뱅크런 사태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 장쑤성 옌청시의 서양농촌상업은행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군ㆍ면 단위에 있는 신용금고회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전병서 소장의 말을 들어보자. “최근 발생한 중국의 뱅크런을 우리나라와 비교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뱅크런은 우리나라 군ㆍ면 단위에 있는 작은 은행이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소문이 난 것이다. 중국 인구는 13억500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7배로 이를 계산하면 우리나라에서 37명 정도의 고객이 예금을 인출한 일에 불과하다.” 그는 “이를 두고 뱅크런을 운운하는 건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중국의 예대율 또한 나쁘지 않다. 이는 중국은행의 부실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대율은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예대율이 낮을수록 안정적인 은행이다. 다시 말해 예대율이 70%라는 것은 예금 중 70%가 대출에 사용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중국 은행권의 예대율은 66.1%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행의 평균 예대율인 78.0%보다 11.9%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은행의 예대율 상한선이 75%로 정해져 있어 예대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예금이 100이면 대출은 75를 초과할 수 없어 오버론(Over Loan)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은행의 1대주주는 국가다. 중국의 모든 은행은 국가가 소유하고 있어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위기는 경제성장률이 높은 단계에 있다가 상당히 떨어져야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나라든지 문제가 없는 나라가 없고 중국도 마찬가지”라며 “관건은 문제해결 능력인데 중국이 가지고 있는 재원을 감안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며 “미국의 서브프라임은 부동산이 문제의 핵심이었지만 중국은 산업구조의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공산국가이며 계획경제 국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미국과 같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경제, 통제 가능한가

한편에선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편에선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림자금융이란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은 비은행권 금융시장을 말한다. 고위험ㆍ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 자본으로 비정상적인 대출이 많아 위험관리가 제도로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금융부실이 발생할 경우 돈을 빌린 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따져보면 별 게 아니다. 일단 규모가 35조 위안으로 GDP의 61%에 불과하다. 영국 480%, 캐나다와 미국 160%, 한국 100%보다 되레 비중이 낮다. 중국의 그림자금융 문제는 중국이 통제가능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정용택 KT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판 서브프라임의 원인은 그림자금융이다”며 “그림자금융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통제 가능한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국내외에 걸쳐진 문제였고 규모를 알지 못했다”며 “중국은 자본 개방도가 낮아 국내 문제로 한정돼 있어 서브프라임과 같은 형태로 폭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중국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단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며 “기업의 디폴트도 구조조정 측면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판 서브프라임은 집값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주택수요 인구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 수요층인 생산가능인구가 아직까지 최고점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도시화의 영향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가 8~10개씩 생기고 있다. 인구이동으로 인한 주택수요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말 중국의 LTV는 25.1% 수준이다. 선진국 평균 80%는 물론 한국의 50%의 절반 수준이다. 낮은 LTV는 버블 붕괴되더라도 파급효과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금 한국이 걱정할 건 중국발 금융위기가 아니다. 중국은 현재 경기부양보다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안회의 약세는 투기성 자본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투자와 생산에서 벗어나 소비중심의 시장으로 변화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성장통이라는 얘기다.

중국과 미국경제의 구조적 차이점

정용택 센터장은 “중국은 구조개혁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며 “중국의 지나치게 목멜 것이 아니라 수출편중, 분배문제, 내수부진 등의 국내 문제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서 소장은 “중국 산업을 분야별로 보면 전통산업은 ‘과잉설비 축소’, IT를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 소비산업은 ‘육성’, 금융산업은 ‘내부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총 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금융위기보다는 19개 전통제조업의 구조조정이 더 무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수출 호조는 이들 전통산업에 대한 중간재수출이었는데 이젠 그 중간재 수출 호황이 끝난 것”이라며 “중국 금융위기설에 휘둘리기보다는 구조조정 후에 등장할 경쟁상대에 어떻게 대응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내수 대폭발시대에 히트할 소비재와 브랜드 개발에 힘써야 할 때라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 @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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