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위기 최악의 시나리오

▲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자와 닮은 WMP가 금융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적극 개입할 게 불 보듯 뻔해서다. 그렇다고 위기의 불씨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정부가 개입했지만 거대 자본기업의 붕괴를 막지 못했다. 중국 최악의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중국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우려되는 리스크가 꼭 하나 있다. ‘그림자금융’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판 서브프라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시 한번 조명해 보자. 서브프라임 사태도 그림자금융의 영향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부실 때문이었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단순한 제도가 거대 투자은행을 무너뜨리는 위험인자가 된 것이다. 모기지론과 상관없는 투자은행들이 무너진 건 ‘파생상품’ 때문이었다. 주택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줬으면 원리금을 받는 데 만족했어야 한다. 그러나 탐욕스런 미국 금융기관은 그러지 않았다. 대출을 빨리 회수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여러 금융기관에 돌렸다.

 
더 쉽게 접근해 보자.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고 그 집값이 100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금융기관 가운데 집값의 100%를 빌려주는 곳은 없다. 혹시라도 담보가치가 하락할 경우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집값의 80%선에서 대출을 해준다. 이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라고 하고, 80% 이하의 정상적인 대출을 프라임(prime)이라 한다.

서브프라임(sub-prime)은 말 그대로 프라임 대출보다 하위의 대출을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신용도가 낮은 저신용 계층이 많이 이용한다. 담보가치에 비해 대출액이 크지만 모기지 회사는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출을 해줬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많이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금융기관은 원리금을 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택 저당권을 이용해 다른 금융상품을 만들었다. 바로 주택저당증권(MBS)이다. 쉽게 말해 집의 저당권을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일종의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미래에 받을 90원의 채권을 미리 현금화하는 방법이다.

그림자금융의 불명확한 규모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는 미래에 들어올 현금이 빨리 들어와서 좋고 MBS를 산 금융기관은 담보가 확실한 증권을 사서 이익을 낼 수 있어 좋다. 이 과정에서 모기지론을 대출해 준 은행이나 모기지 업체는 여러 채권을 섞기도 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조건이나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MBS는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돼 팔렸다. 최종 채권 보유자를 쉽게 파악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는 상품공급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에 따라 모기지 업체나 은행에서는 여러개의 채권을 하나로 묶어서 판매했다. 문제는 이런 MBS를 산 금융기관들이 회사채 등 다른 채권들과 섞어 부채담보부증권(CDO)으로 만들어 다시 판매했다는 점이다.
▲ 중국 WMP가 부실해지면 그것에 연계된 채권가격이 폭락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이 단계에 이르면 CDO에 들어있는 각종 채권의 출처와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양한 위험회피 조건과 기법이 동원되고 부실ㆍ악성ㆍ우량채권을 다함께 섞어서 팔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100원짜리 주택금융이 400~500원으로 상승했다. 자산유동화 방식에 의해 레버리지가 발생한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고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없을 때는 레버리지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줬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지자 문제가 발생했다. 담보물이 부실화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금융상품도 부실해져 400~500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얽히 고설킨 파생상품의 연쇄 부실이 발생했다. 결국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투자은행을 파산시키고 투자은행의 파산은 보험ㆍ증권ㆍ상업은행 등 전체 금융기관으로 퍼져나갔다. 이것이 미국 서브프라임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지방정부 재정상황이 관건

‘중국판 서브프라임’을 우려하는 이유는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중국 그림자금융의 대표적인 상품은 자산관리상품(WMP)다. 우선 은행이 대출채권을 신탁회사에 판매한다. 신탁회사는 이 대출채권을 WMP로 만든다. WMP는 은행 예금 수익률 3%보다 최대 12%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을 통해 만들어진 자금이 은행대출이 힘든 민간기업, 부동산 개발사와 지방정부의 돈줄 역할을 했다.

문제는 그림자금융의 정확한 규모와 부실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자금이 전달되는 경로가 복잡해 대출이 부실해질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공산도 크다는 점이다.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은 기업과 개발사, 지방정부가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가 나면 WMP에 포함된 다른 기업의 채권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상품을 산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또한 금융기관의 부실 피해를 예금자가 입을 수 있다. 중국은 아직 예금자보호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출 부실이 기업부실을 야기하고 투자자와 예금자가 피해를 보는 연결 고리가 완성되면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 @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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